등산을 처음 시작했을 때 장갑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맨손으로 다니면 되지, 굳이 장갑까지 챙겨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 생각이 바뀐 건 암릉 구간에서 바위를 잡다가 손바닥이 쓸렸을 때였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하산 내내 따갑고, 며칠이 지나도 흉터가 남았습니다.
그때부터 스틱 쥐기 좋은 기능성 그립 장갑으로 바꿨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다음엔 겨울이었습니다.
대충 끼지 뭐, 하다가 능선에서 바람을 맞았습니다.
손가락이 얼어붙는 느낌이 나더니 스틱을 쥔 손에 감각이 없어졌습니다.
배낭 지퍼조차 열기 힘들었고, 행동식을 꺼내려다 손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윈드스토퍼 소재 장갑으로 바꿨습니다.
바람을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비 맞는 산행에서 또 한 번 낭패를 봤습니다.
보온은 되는데 방수가 안 되니 장갑이 젖으면서 오히려 더 차가워지는 겁니다.
결국 고어텍스 소재가 들어간 장갑으로 또 한 번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그리고 혹한기 산행을 하면서 방한장갑까지 갖추게 됐습니다.
돌아보면 참 웃깁니다.
처음엔 장갑이 왜 필요한지 몰랐는데, 지금은 코스와 계절에 따라 장갑을 골라 씁니다.
등산용품이 기능별로 세분화되어 있는 데는 전부 이유가 있었습니다.
직접 낭패를 보고 나서야 그걸 알게 됐습니다.





그립 장갑 > 사계절 기본 장갑
손바닥에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얇은 장갑입니다.
암릉이나 로프 잡을 때 손바닥을 보호해줍니다.
봄, 여름, 가을 산행에는 이것 하나면 충분합니다.
가격도 만 원 안팎이라 부담이 없습니다.
처음 등산 장갑을 구입하신다면 그립 장갑부터 시작하세요.
단, 보온성은 거의 없습니다.
늦가을부터는 이것만으로 손이 시려서 스틱 잡기도 힘들어집니다.
윈드스토퍼 · 고어텍스 장갑 > 겨울 산행 필수
겨울 능선에서 바람이 불면 일반 장갑으로는 버티기 힘듭니다.
윈드스토퍼 소재는 바람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줘서 체감 온도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비나 눈까지 맞는 상황이라면 고어텍스 방수 기능이 들어간 장갑이 맞습니다.
장갑이 젖으면 보온 효과가 사라지고 오히려 더 차가워집니다.
혹한기 산행이나 설산을 자주 다니신다면 방한장갑까지 갖추는 게 좋습니다.
손가락이 분리되지 않는 벙어리 형태의 방한장갑은 보온성이 압도적입니다.
레이어링 > 장갑도 겹쳐 입는다
얇은 이너 장갑 위에 방수 보온 장갑을 겹쳐 끼는 방식입니다.
땀이 차도 이너 장갑이 흡수해줘서 손 안이 눅눅해지지 않습니다.
정상에서 사진 찍을 때 바깥 장갑만 벗으면 손가락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겨울 산행을 자주 다니신다면 이 조합을 한번 써보세요.
처음엔 장갑이 쓸데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한 번 불편함을 겪고 나면 생각이 바뀝니다.
등산용품이 기능별로 나뉘어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몸으로 배우기 전에 미리 알고 챙기는 게 훨씬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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