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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등산 추락 사고 (안전 로프, 아이젠, 고산 등반)

kgiveroot 2026. 8. 19. 01:41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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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9월, 해발 5,500m 설산에서 한 남성이 안전 로프를 풀고 단 몇 초 만에 200m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해 숨졌습니다.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말문이 막혔습니다. 전문 등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설산은 방심한 사람에게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는다는 사실, 이 사고가 다시 한번 똑똑히 증명해 보였습니다.

     

    고지대에서 발생한 등산사고 직전 모습
    등산사고

    안전 로프 하나가 삶과 죽음을 가른다

    중국 쓰촨성에 위치한 공가산 산맥의 나마봉은 해발 5,588m에 달하는 고산입니다. 사계절 내내 녹지 않는 만년설과 빙하가 뒤덮인 이곳은 전 세계 트레킹 마니아들 사이에서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곳이죠. 그 명성만큼이나 위험도 압도적입니다.

    31세의 홍씨는 동료 셋과 함께 이 산을 올랐습니다. 해발 5,500m 지점, 설경에 감탄한 동료들이 카메라를 꺼내들었고 홍씨는 더 좋은 구도를 잡겠다며 자신의 몸에 묶인 팀 로프를 풀어버렸습니다. 팀 로프(team rope)란 고산 등반 시 대원들이 하나의 줄로 서로의 허리를 연결해 이동하는 방식으로, 한 사람이 미끄러져도 나머지가 체중으로 버텨 추락을 막아주는 최후의 안전장치입니다.

    딱 한 장만 찍고 다시 묶을 생각이었다고 했겠지만, 설산은 그 '딱 한 장'을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찍은 뒤 몸을 일으키는 순간, 한쪽 아이젠의 발톱이 반대편 신발이나 바지 밑단에 걸렸고 중심을 잃은 홍씨는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습니다. 로프가 있었다면 팽팽하게 당겨지며 몸을 붙잡아 줬을 텐데, 그는 이미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결국 그의 몸은 경사 45도가 넘는 빙판을 미끄럼틀처럼 타고 순식간에 200m를 미끄러져 낭떠러지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저도 비슷한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매년 설악산 동계훈련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안전장비 하나가 얼마나 결정적인지는 실제로 그 상황에 놓여봐야 체감이 됩니다. 몇 년 전 토왕폭 빙벽 훈련 중 하네스 허리벨트 버클이 갑자기 탈락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하네스(harness)란 추락 시 충격을 온몸에 분산시켜주는 등반용 안전 벨트로, 빌레이 루프에 장비를 연결하는 핵심 기점이 됩니다. 다행히 레그 루프에 코드 슬링을 백업으로 연결해뒀던 덕에 추락은 없었지만, 그때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팀 로프: 대원 전원을 하나의 줄로 연결해 집단 추락을 방지하는 고산 등반의 기본 안전장치
    • 하네스: 추락 충격을 분산시키는 등반용 안전 벨트, 모든 확보 장비의 연결점
    • 코드 슬링: 보조 안전 줄로 메인 장비 이상 시 추락을 막는 백업 수단
    요약: 팀 로프 하나를 푼 단 몇 초의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추락으로 이어졌다. 고산에서 안전장비 해제는 선택이 아닌 금기다.

     

    아이젠이 흉기가 되는 순간

    이 사고에서 직접적인 발단이 된 것은 다름 아닌 아이젠이었습니다. 아이젠(crampon)이란 빙설면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등산화 밑창에 장착하는 금속 발톱 장치로, 얼음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전면 발톱과 밑면 발톱이 여러 개 달려 있어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장비입니다. 쉽게 말해 신발 바닥에 달린 대형 갈퀴라고 보면 됩니다.

    홍씨는 몸을 일으키는 그 짧은 순간, 한쪽 아이젠의 발톱이 반대편 바지 밑단이나 신발끈에 걸리며 균형을 잃었습니다. 아이젠을 착용한 상태에서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우면 이런 사고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쭈그리고 앉았다가 일어나는 동작, 좁은 구간을 이동하는 동작에서 발톱끼리 혹은 발톱과 의복이 엉키는 상황이 실제 훈련 현장에서도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제가 설악산 훈련에서 신참 대원들에게 반드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입니다. 아이젠을 장착한 상태에서는 걸음걸이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보폭을 평소보다 넓게, 발을 들어 올리는 높이를 평소보다 높게 유지해야 발톱끼리 엉킬 위험이 줄어듭니다. 이것을 아이젠 보행법이라고 부르는데, 단순해 보여도 막상 경사진 빙판 위에서 해보면 체력 소모가 상당합니다.

    문제는 홍씨가 처한 상황이 단순히 아이젠이 걸린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경사 45도 이상의 빙판 위에서 넘어진다는 것은 즉시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미끄러짐이 시작된다는 의미입니다. 얼음 표면은 마찰이 극히 낮아 손이나 발로 버텨보려 해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때 피켈(ice axe), 즉 얼음도끼로 빙면을 찍어 제동을 거는 피켈 제동법을 쓰지 않으면 멈추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홍씨의 손에는 피켈이 없었습니다. 스마트폰만 들려 있었죠.

    요약: 아이젠은 빙설면의 생명줄이지만, 잘못된 동작 하나에 자신을 넘어뜨리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아이젠 보행법 숙지는 필수다.

     

    고산 등반, 준비 없이 오르면 산이 아니라 절벽을 오르는 것이다

    사고 이후 중국 당국의 조사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홍씨 일행은 고산 등반에 필수적인 행정 허가 및 등반 신고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안전 가이드도, 비상 대피 계획도 없이 그저 "우리끼리 멋진 풍경 보고 오자"는 마음으로 해발 5,500m를 올랐던 것입니다.

    최근 들어 가이드 등반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SNS에서 본 압도적인 설산의 풍경, 아무나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희소성, 정복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가 전문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을 고산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가이드 등반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이드와 함께한다고 해서 안전에 대한 감각마저 가이드에게 위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전문 등반인으로서 정상부 근처에서 확보 장비를 해제한다는 것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는 행동입니다. 사진 한 장을 위해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산악 안전 교육 현장에서는 통상 해발 3,500m 이상 빙설 구간에서 팀 로프를 유지할 것을 강하게 권고합니다. 전문가들이 수십 년의 사고 데이터를 쌓아 만든 관행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살아남은 동료들에게 남은 것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신을 위해 사진을 찍어주던 동료가 불과 몇 초 만에 눈앞에서 사라지는 장면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로 남을 것입니다. 산은 안전하게 출발해서 무사히 복귀해야 비로소 끝나는 것입니다. 정상에 서는 것보다 집에 돌아오는 것이 진짜 목표입니다. 저는 매번 훈련을 마치고 하산하면서 이 생각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요약: 허가 없는 무단 등반, 안전 가이드 부재, 장비 임의 해제 — 이 세 가지가 겹쳤을 때 산은 더 이상 자연이 아니라 함정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산 등반 초보자도 아이젠을 쓸 수 있나요?

    A. 아이젠 자체는 누구나 장착할 수 있지만, 아이젠 보행법을 따로 익히지 않으면 오히려 스스로를 넘어뜨리는 장비가 됩니다. 빙설면에서 처음 아이젠을 착용한다면 반드시 완만한 경사에서 보행 연습을 먼저 하고, 경험 많은 가이드나 등반 교육을 통해 기본기를 쌓은 뒤 본격 등반에 나서는 것이 맞습니다.

     

    Q. 팀 로프는 꼭 연결해야 하나요? 움직임이 불편하지 않나요?

    A.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산 빙설 구간에서 팀 로프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장치입니다. 움직임이 다소 제한되더라도, 한 명이 미끄러졌을 때 나머지 대원들이 함께 버텨주는 것이 유일한 생환 방법입니다.

     

    Q. 등반 허가를 안 받으면 어떻게 되나요?

    A. 허가 없는 무단 등반은 법적 처벌 외에도 사고 발생 시 구조 지연으로 직결됩니다. 허가 체계 안에 있어야 당국이 등반 경로와 인원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 시 수색 범위를 빠르게 좁힐 수 있습니다. 홍씨 일행의 경우도 신고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구조대 출동이 더 늦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Q. 빙판에서 넘어졌을 때 혼자 멈추는 방법이 있나요?

    A. 피켈 제동법(self-arrest)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피켈의 픽(뾰족한 끝부분)을 빙면에 찍으며 체중을 실어 속도를 줄이는 기술인데, 경사와 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이 기술로도 멈추기 어렵습니다. 피켈을 소지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실상 멈추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빙설 구간에서는 피켈 휴대가 필수입니다.

     

    결론

    이 사고에서 제가 가장 무겁게 받아들인 부분은, 홍씨가 나쁜 의도로 행동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동료에게 더 좋은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던 마음, 딱 한 장만이라는 생각, 누구나 할 법한 그 짧은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사고가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고산 등반에서 안전 수칙은 불편해서 지키기 싫은 규칙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 수많은 사고를 통해 만들어진, 사람의 목숨값이 담긴 규칙입니다. 팀 로프를 연결하고, 피켈을 손에 쥐고, 아이젠 보행법을 숙지하는 것,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지켜졌더라도 홍씨는 그날 동료들과 함께 하산할 수 있었을 겁니다. 산을 사랑한다면, 살아서 다시 오를 수 있어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Mznuu-xJu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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