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맥은 단순한 산의 줄이 아니었다 지형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만들었는가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지진이나 단층이 아니라, 그 위에서 살아온 인간의 이야기로. 산맥은 그저 지리 교과서에 나오는 이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삶의 방향을 정해온 구조였다.

산이 길을 막았을 때, 사람은 돌아갔다
태백산맥은 한반도의 등뼈처럼 남북으로 이어진다.
그 산맥은 오랜 시간
동서 교류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래서 강원도 동해안과 내륙 지역은
생활권이 다르게 형성되었다.
산은 물리적인 경계이기도 했지만
문화적 경계이기도 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지형이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역사를 만드는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야는 도시가 되었고, 산지는 느리게 흘렀다
서해안과 남부 지역의 넓은 평야는
농업 발전의 기반이 되었다.
그 위에 도시가 성장했다.
반면 산지가 많은 지역은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었다.
지형은 경제의 속도까지 결정했다.
우리가 흔히
“왜 이 지역은 발전이 빠르고
저 지역은 느릴까?”라고 말하지만,
그 답의 일부는 이미
지각 운동 속에 기록되어 있었다.
우리는 지형 위에 사는 것이 아니라 지형 안에서 살아간다
산맥은 교통망을 바꾸고,
강은 도시의 위치를 정하며,
평야는 식량 생산을 좌우한다.
지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우리가 선택하기 전에
이미 조건을 정해놓는 틀이다.
나는 이 사실이 묘하게 인상 깊었다.
인간은 자연을 극복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연이 만든 틀 안에서
방법을 찾는 존재에 더 가깝지 않을까.

지각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
지각의 시간은 수억 년이다.
인간의 시간은 길어야 수십 년.
그 거대한 시간 차이를 생각하니
조금 겸손해졌다.
우리는 도시를 세우고
도로를 만들고
지형을 깎아내리지만
그 기반은 이미 오래전에 결정되어 있었다.
산맥은 우리보다 훨씬 오래된 존재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 남을 것이다.
땅을 이해하면, 삶이 조금 달라진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지도를 보는 방식이 달라졌다.
지형도는 단순한 높낮이 표시가 아니라
시간의 단면처럼 보였다.
우리가 사는 지역이
어떤 구조 위에 놓여 있는지 알게 되니
그 공간이 더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지리는 시험 과목이 아니라
삶의 배경을 읽는 언어였다.
그리고 그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하니
내가 서 있는 이 땅이
전보다 더 깊고 단단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