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산에 가도 되냐고 물어보시면,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가능하면 안 가시는 게 좋습니다.
근데 산에 가다 보면 갑자기 비 만나는 경우가 진짜 많아요. 이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비가 올 때 산에서 가장 위험한 두 가지. 미끄러짐과 저체온증입니다. 이 둘만 알아두셔도 큰 사고는 막을 수 있어요.
미끄러짐 조심하세요
비 맞은 등산로는 평소의 두세 배 미끄럽습니다. 특히 위험한 곳이 세 곳이에요. 바위 구간. 나무 데크. 흙길의 경사진 곳.
바위는 비 한 방울만 묻어도 미끄러워요. 발 디디기 전에 표면을 한 번 확인하세요. 이끼 낀 바위는 절대 디디지 마세요. 빙판보다 미끄럽습니다.
나무 데크는 빗물 머금으면 진짜 위험해요. 신발 바닥과 마찰력이 거의 없어집니다. 특히 데크 위에 낙엽까지 쌓여 있으면 그냥 빙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흙길도 조심해야 해요. 평소엔 안전하던 흙길이 비 오면 진흙길이 됩니다. 경사진 곳에서는 발이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대처법은 단순합니다. 보폭 줄이고, 천천히, 발 디딜 때마다 확인하면서 가세요. 스틱은 무조건 두 개 다 사용하시고요.
저체온증은 더 무섭습니다

비에 옷이 젖으면 체온이 빠르게 떨어집니다. 영상 10도에서도 비 맞고 있으면 저체온증 올 수 있어요. 산에서는 평지보다 기온이 낮으니까 더 위험합니다.
비 오면 무조건 비옷부터 입으세요. 옷이 다 젖고 나서 입으면 늦습니다. 비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할 때 바로 입는 게 정답이에요.
비옷도 종류가 있어요. 일회용 비닐 비옷은 비상용으로만 쓰세요. 산행 자주 가시면 고어텍스 재킷에 투자하시는 게 결국 이득입니다. 비싸지만 평생 씁니다.
비옷 안에 입은 옷이 땀으로 젖는 것도 문제예요. 비옷이 통기가 안 되면 안에서 땀이 차서 결국 옷 다 젖습니다. 통기성 있는 고어텍스 제품 쓰시는 이유가 이거예요.
여벌 옷 챙기세요. 비 맞아서 옷 젖었을 때 갈아입을 마른 옷 한 벌. 배낭에 비닐 봉지에 싸서 넣어두세요. 정상에서 갈아입으면 살아납니다.
휴식 짧게 가세요
비 오는 날엔 휴식 시간을 평소보다 짧게 가져가세요. 멈춰 있으면 체온이 빠르게 떨어집니다. 5분 이상 쉬지 마시고 계속 움직이는 게 안전합니다.
쉴 때는 가능하면 비 안 맞는 곳을 찾으세요. 큰 바위 아래나 나무 밑이라도 좋아요. 그늘에서 따뜻한 음료 한 모금 마시고 출발하세요.
체온 떨어지는 신호 알아두세요
손이 떨리기 시작하면 저체온증 초기 신호입니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판단이 흐려지면 위험 단계예요. 이때는 즉시 하산해야 합니다.
저는 작년 5월 명지산에서 갑작스러운 비 만나서 옷이 다 젖은 채로 두 시간 걸어서 하산한 적이 있어요. 하산 후 손이 한참 안 멈추고 떨렸습니다. 정말 위험할 뻔했어요. 그 이후로 비옷은 무조건 배낭에 넣어두고 다닙니다. 무게가 좀 있어도 안전이 우선이니까요.
비 오는 날 산행, 가능하면 피하세요.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면 평소보다 두 배 더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