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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 걷기로는 시간당 345kcal, 산 둘레길 걷기로는 504kcal. 같은 시간을 걸어도 칼로리 소모가 46%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그냥 동네 뒷산을 한 바퀴 도는 것뿐인데, 이게 헬스장 러닝머신보다 효율이 좋을 수 있다는 게 쉽게 믿어지지 않았거든요.

평지 걷기와 칼로리 소모, 진짜 차이가 날까요?
제가 처음 둘레길을 꾸준히 걷기 시작한 건 두 차례 수술을 겪고 나서였습니다.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걸 느끼면서 근력 운동과 병행할 유산소 운동을 한참 고민했는데, 결국 선택한 게 산 둘레길 걷기였습니다. 그때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계속 걷고 있으니, 어쩌다 시작한 운동이 삶의 루틴이 돼버린 셈입니다.
무선 호흡 가스 분석기를 착용해 평지와 둘레길의 운동 효과를 직접 측정한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평지 걷기는 저강도 운동에 해당하는 반면, 산 둘레길 걷기는 중강도 운동으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중강도란 MET(대사당량) 기준 3~6에 해당하는 운동 강도로, 숨이 약간 가빠지되 대화는 가능한 수준을 말합니다. 이 강도가 심폐 기능 향상에 가장 효과적인 구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르막에서는 대퇴사두근과 둔근이, 내리막에서는 하퇴 근육이 집중적으로 사용됩니다. 방향 전환이 잦다 보니 고유감각(proprioception)도 자극을 받는데, 고유감각이란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감각으로 균형 능력과 직결됩니다. 평지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감각이라 둘레길이 특히 장노년층에게 이 부분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3주간 둘레길 걷기를 실천한 60대 참가자들의 경우, 6분 걷기와 30초 앉았다 일어서기, 3m 표적 돌아오기 등 건강 체력 측정에서 모두 '건강 단계'로 진입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매일 평지를 걸어온 분들이 단 3주 만에 이런 변화를 경험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 평지 걷기 시간당 소모 칼로리: 약 345kcal (저강도)
- 산 둘레길 걷기 시간당 소모 칼로리: 약 504kcal (중강도)
- 3주 실천 후 심폐지구력·하지 근력·균형감각 모두 건강 단계 진입 확인
무릎이 걱정된다면, 등산과 둘레길은 다릅니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분들도 둘레길을 걷는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좀 의아했습니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등산과 둘레길은 무릎이 받는 충격의 크기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서로 다른 높이에서 내려올 때 지면 반력을 측정한 실험 결과를 보면, 10cm 높이에서 내려올 때 체중의 1.5배 충격이 발생한 반면 30cm 높이에서는 체중의 두 배가 넘는 충격이 전달되었습니다. 반월상 연골판(meniscus)이 손상되는 것도 이런 반복적인 충격이 누적될 때인데, 반월상 연골판이란 무릎 관절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C자형 연골 구조물로 한 번 파열되면 골관절염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둘레길은 경사가 완만해 이런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출처: 국립산림과학원).
등산 스틱을 짚으면 내리막에서 발생하는 지면 반력이 평균 25% 감소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엔 "두 다리가 멀쩡한데 왜 스틱을 짚나" 싶었지만 내리막에서 무릎이 덜 당기는 걸 느끼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지팡이가 아니라 충격 분산 도구라는 관점으로 보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허리 통증이 있는 경우에도 둘레길이 의외의 효과를 냅니다. 오르막을 걸을 때 자연스럽게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면서 중립 척추 자세가 만들어지고, 이렇게 되면 척추관과 추간공(척추 신경이 빠져나오는 구멍)이 넓어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통증이 심하지 않은 초기 단계라면 무릎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서 걷기를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통증은 무리가 됐다는 신호이므로 참고 걷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비염이 나아졌다는 게 그냥 기분 탓일까요?
10년 가까이 매달 병원을 다녔던 비염이 산 옆으로 이사한 후 서서히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딘가 믿기 어려운 구석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환경이 바뀌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검사 결과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서 도시 산 둘레길과 대형 산림의 피톤치드 농도를 측정한 결과, 두 환경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피톤치드(phytoncide)란 수목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발산하는 항균성 물질로, NK세포(자연살해 세포, Natural Killer Cell)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NK세포란 면역 시스템의 최전선에서 비정상 세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숲 방문 후 약 7일까지 NK세포 수치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출처: 국립산림과학원).
또한 유산소 운동을 지속하면 몸 안의 알레르기 유발 인자(알레르겐)가 줄어들고 증상이 완화된다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핀란드에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운영된 알레르기 프로그램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즉 인체에 공생하는 미생물군이 인간의 면역계와 역동적으로 상호 작용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숲 둘레길처럼 자연 환경에 꾸준히 노출되는 것이 면역학적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단 한 번 90분 둘레길 걷기를 마친 후 혈액 검사를 진행한 실험에서는 혈당과 활성산소가 감소하고, 항산화력과 비타민 D 수치는 증가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심박변이도(HRV) 검사로 측정한 자율신경계 지표도 전반적으로 향상됐습니다. 심박변이도란 심장 박동 간격의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부교감 신경이 잘 작동한다는 의미입니다. 딱 하루 걸었을 뿐인데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는 게, 제 경험상 이건 좀 예상 밖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둘레길 걷기, 하루에 얼마나 걷는 게 적당한가요?
A. 처음이라면 40분 정도로 시작해 천천히 늘려가는 게 좋습니다. 평소 일상에서 5,000보 정도 걷는다면 둘레길에서 2,000보 정도를 더하는 식으로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숨이 약간 가빠지되 대화는 가능한 수준, 즉 중강도를 유지하는 게 핵심입니다.
Q. 무릎이 좋지 않은데 산 둘레길을 걸어도 괜찮을까요?
A. 인공관절 수술 후에도 완만한 둘레길 걷기는 무리 없이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다만 내리막에서 등산 스틱을 꼭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틱을 짚으면 지면 반력이 평균 25% 줄어들어 무릎이 받는 충격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통증이 느껴지면 무리하지 말고 즉시 멈추는 게 원칙입니다.
Q. 집 근처 작은 산 둘레길도 효과가 있나요, 멀리 가야 하나요?
A. 도시 산 둘레길과 대형 산림의 피톤치드 농도를 비교한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두 환경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미세먼지 흡착 효과도 비슷하게 나타났으므로, 멀리 가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 자주 가는 것이 건강 관리에 더 효과적입니다.
Q. 미세먼지가 있는 날에도 둘레길 걷기를 해야 하나요?
A. 중간 농도 수준의 미세먼지가 있는 날에도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하는 것이 아예 운동하지 않는 것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27%, 뇌졸중 위험도를 30%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산 둘레길은 도심보다 미세먼지 농도 자체가 낮으므로 마스크를 챙긴다면 큰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결론
제 경험상 둘레길 걷기의 가장 큰 장점은 '지속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헬스장은 마음을 먹어야 가게 되지만, 둘레길은 신발만 신으면 됩니다. 칼로리 소모는 평지보다 46% 높고, 부상 위험은 정상 등산보다 낮은 이 운동을 10년 가까이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이 막막하다면 일단 집 근처 야트막한 산의 둘레길을 40분만 걸어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처음에는 트레킹화와 등산 스틱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훨씬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통증 신호는 무시하지 말고, 숨이 약간 가빠지는 중강도를 목표로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