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설악산에서 제가 한 실수는 예약이었습니다. 몇 해 전 10월, 한계령에서 올라 소청대피소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공룡능선을 탈 계획이었습니다. 대피소야 가면 자리가 있겠거니 했는데, 오후 두 시에 도착한 소청에서 들은 말은 "예약이 없으면 하산하셔야 합니다"였습니다. 배낭에는 이틀치 식량이 들어 있었고, 다리는 이미 서북능선 8km를 지나온 뒤였습니다. 허탈함을 삼키며 대청봉을 찍고 오색으로 5km를 내리 뛰듯 내려왔고,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 닿았을 때는 주변이 어둑했습니다. 이 글은 그날 이후 정리해 둔 대청봉 코스 네 개와 대피소 예약 방법입니다.

대청봉 대표 코스 4개 정리
대청봉은 해발 1,708m로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입니다. 오르는 길은 크게 네 방향이고, 거리와 시간은 국립공원공단 안내 기준 편도입니다.
| 코스 | 주요 지점 | 편도 거리 | 소요시간 | 난이도 |
| 오색(최단) | 남설악탐방지원센터-설악폭포-대청봉 | 5km | 4시간 | 상 |
| 한계령(능선) | 한계령휴게소-한계령삼거리-끝청-중청-대청봉 | 8.3km | 5시간 30분 | 상 |
| 백담사(내설악) | 백담사-수렴동대피소-봉정암-소청-중청-대청봉 | 12.9km | 7시간 안팎 | 상 |
| 설악동(외설악) | 소공원-비선대-양폭-희운각-소청-중청-대청봉 | 약 11km | 7시간 안팎 | 상 |
네 코스 모두 난이도가 높습니다. 설악산에는 쉬운 대청봉 코스가 없습니다.

당일 왕복이라면 오색 코스를 고르는 이유
오색은 거리 5km에 고도차가 1,100m가 넘어 처음부터 끝까지 계단과 돌길 오르막입니다. 짧아서 쉬운 게 아니라 짧아서 가파른 코스입니다. 그래도 대피소 없이 당일 왕복이 가능한 유일한 코스라 가장 많이 이용됩니다. 남설악탐방지원센터는 새벽 3시부터 입산할 수 있고, 대청봉 방향 입산은 정오 전후로 통제되니 늦어도 오전에 출발해야 합니다. 새벽 3시에 출발하면 정상에서 동해 일출을 만날 수 있는데, 정상석 앞에서 바람에 밀리며 붉게 올라오는 해를 봤던 날은 그 전날의 허탈함이 다 씻겼습니다. 오색 쪽은 케이블카 공사 영향으로 들머리 주변 동선이 바뀔 수 있으니 출발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한계령 코스는 어떤 분께 맞을까요?
한계령휴게소에서 한계령삼거리를 지나 서북능선을 따라 끝청, 중청을 거쳐 대청봉에 오르는 8.3km 코스입니다. 여기서 종주란 능선을 따라 산의 한쪽에서 다른 쪽까지 이어 걷는 산행을 말합니다. 한계령에서 대청봉을 넘어 오색으로 내려오면 14.8km의 반나절 종주가 되고, 능선 내내 점봉산과 내설악 조망이 열립니다. 오르내림이 잦고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없어 산악회 버스나 대중교통이 편하며, 능선 산행에 익숙한 분께 맞습니다.
백담사·설악동 코스는 왜 1박이 필요할까요?
백담사 코스는 용대리에서 셔틀버스로 백담사까지 들어간 뒤 수렴동 계곡을 따라 봉정암까지 완만하게 오르고, 봉정암에서 소청까지 급경사를 치고 대청봉에 닿는 12.9km 길입니다. 설악동 소공원에서 비선대, 희운각을 거치는 외설악 코스도 거리가 비슷합니다. 둘 다 당일 왕복은 무리라 소청이나 희운각 대피소에서 하룻밤 자는 일정이 기본입니다. 봉정암에서 새벽 종소리를 들으며 소청으로 오르던 아침은 설악산에서 가장 조용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대피소 예약 방법 정리
여기서 대피소란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산속 숙박·대피 시설을 말합니다. 대청봉 주변에서 숙박이 되는 곳은 소청대피소와 희운각대피소 둘뿐입니다. 중청대피소는 2023년 철거 뒤 신축 중이며, 신축 후에는 숙박 없이 대피 기능만 합니다. 예약은 국립공원 예약시스템에서 하고, 단풍철 같은 성수기에는 추첨제, 그 외에는 선착순으로 운영됩니다. 예약 없이 도착하면 저처럼 하산 조치를 받으니 예외를 기대하지 마세요.
교통·주차와 GPS 좌표 정리
- 내비 목적지: 오색은 남설악탐방지원센터, 한계령은 한계령휴게소, 백담사는 용대리 백담사 셔틀버스 승강장, 설악동은 설악산 소공원으로 찍으면 됩니다.
- 대중교통: 서울에서 속초행 고속버스를 타고 속초에서 7번·7-1번 시내버스로 설악동, 오색은 속초·양양에서 한계령 방면 시외버스로 오색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 백담사 셔틀: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7km를 마을버스가 오갑니다. 운행 시간이 계절마다 다르니 막차 시간을 먼저 확인하세요.
| 지점 | 좌표(위도, 경도) | 메모 |
| 대청봉 정상 | 38.1192, 128.4653 | 해발 1,708m |
| 남설악탐방지원센터 | 38.0848, 128.4489 | 오색 코스 들머리 |
| 한계령휴게소 | 38.0973, 128.4065 | 한계령 코스 들머리 |
| 백담사 셔틀 승강장 | 38.1931, 128.3530 | 용대리, 주차 후 셔틀 탑승 |
| 백담사 | 38.1652, 128.3741 | 백담사 코스 산행 시작점 |
| 소청대피소 | 38.1269, 128.4536 | 숙박 가능, 예약 필수 |
| 희운각대피소 | 38.1326, 128.4650 | 숙박 가능, 예약 필수 |
| 설악산 소공원 | 38.1730, 128.4925 | 설악동 코스 들머리 |
여기서 산불조심기간이란 산불 예방을 위해 봄과 가을에 일부 탐방로 출입을 막는 기간을 말합니다. 설악산은 보통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 봄에는 3월에서 4월 사이에 대청봉 코스 상당수가 통제되니 날짜를 꼭 확인하세요. 단풍은 9월 말에 시작해 10월 중순이 절정입니다. 정상부는 한여름에도 바람이 세고 늦가을부터는 결빙되니 방풍 재킷과 아이젠을 챙기시고, 결빙 구간 보행이나 강풍 대처 같은 안전 기술은 글만 읽고 실전에 쓰지 마시고 등산학교나 강사에게 직접 배우시길 당부드립니다.
결론
당일이라면 오색으로 새벽에 오르고, 조망을 원하면 한계령에서 오색으로 넘고, 설악산을 제대로 걷고 싶다면 백담사나 설악동에서 대피소 1박을 잡으시길 권합니다. 어느 코스든 대피소 예약과 통제 기간 확인이 코스 선택보다 먼저입니다. 저처럼 이틀치 식량을 지고 하산하는 일은 없으셨으면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설악산에서 대청봉 다음으로 많이 찾는 울산바위 탐방코스를 흔들바위부터 계단길까지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