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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엔 "허가만 받으면 되는 거 아냐?"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6년 전, 팀원 5명과 함께 설악산 비법정 탐방로 등반 허가를 받고 직접 들어갔다가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너덜길에서 발이 미끄러지던 순간, 함께한 일행 중 한 명이 탈수로 쓰러지던 순간, 그때서야 이 길이 왜 막혀 있는지 온몸으로 이해했습니다.

출입금지 구역, 실제로 들어가 보니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출입금지 구역이라고 하면 행정적으로 막아놓은 곳이라는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설악산 비법정 탐방로는 행정 규제 이전에, 지형 자체가 일반 등산객을 거부하는 구간입니다.
제가 직접 밟아본 코스는 '4인의 우정길'과 '별을 따는 소녀' 암벽 루트였습니다. 출발 전에는 "등반 허가도 받았고, 팀도 있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이어지는 너덜지대, 즉 크고 작은 암석 파편들이 불규칙하게 쌓인 구간이 발목을 계속 잡았습니다. 이 너덜지대는 발을 딛는 순간 돌이 움직이거나 쏠리면서 낙석(落石)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아래로 팀원이 있을 때 특히 위험합니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이 구간은 암벽·빙벽 등반 허가제를 운용하고 있으며, 한 달 전부터 신청을 받아 승인된 인원에 한해서만 입산이 가능합니다. 허가 시스템에는 체크인·체크아웃 기능이 있어 입산 인원을 실시간으로 파악합니다. 이게 단순한 형식처럼 보여도,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대가 수색 범위를 좁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출처: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그날 저와 함께한 일행 중 한 명이 중간 지점에서 탈수증(脫水症)을 호소했습니다. 탈수증이란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급격히 줄어들어 근육 경련, 어지럼증, 의식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태입니다. 다행히 팀 안에 응급처치 가능한 인원이 두 명 있었고, 염분 섭취와 이온음료 아이싱, 충분한 휴식으로 하산 가능한 컨디션을 만들어냈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 혼자였거나, 연락 수단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겁니다. 그 구간은 실제로 휴대폰이 전혀 터지지 않았거든요.
- 비법정 탐방로는 정비되지 않은 너덜지대와 낙석 위험 구간이 이어집니다
- 휴대폰 불통 구역이라 사고 신고 자체가 불가능한 지점이 다수 존재합니다
- 등반 허가 시스템의 체크인·체크아웃은 구조 시 수색 범위를 좁히는 핵심 수단입니다
- 탈수·저체온 등 응급 상황에 대비한 응급처치 역량을 갖춘 인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산악구조의 현실, 6시간이 걸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일반적으로 산악 사고가 나면 헬기가 금방 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 '금방'이라는 개념이 비법정 탐방로에서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설악산 특수산악구조대의 실제 구조 사례를 보면, 헬기가 현장 인근까지 도달했음에도 환자를 찾지 못해 그냥 돌아간 일이 있었고, 결국 구조 완료까지 6시간이 걸렸습니다. 수목이 우거지고 지형이 복잡한 비탐방로에서는 헬기 착륙 자체가 불가능하고, 호이스트(hoist) 방식으로 항공 구조사가 로프를 타고 내려와 환자를 인양해야 합니다. 호이스트란 헬기에 장착된 전동 권양기로, 지상에 착륙하지 않고도 대원이 오르내릴 수 있게 하는 장비입니다.
지상 구조의 현실은 더 가혹합니다. 들것(擔架)에 환자를 싣고 팀원들이 교대로 운반해야 하는데, 올라가는 데 20~30분 걸리는 구간을 부상자를 안고 내려오면 2~3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구조대원들이 지쳐 쓰러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사무실 직원까지 동원되는 것이 이 산의 구조 현실입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헬기를 이용한 산악 구조 비용은 공공 서비스로서 개인 부담 없이 운용되고 있으나, 그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합니다(출처: 소방청).
그런데 제가 당시 현장에서 정말 눈살을 찌푸렸던 건 따로 있습니다. 허가도 받지 않은 채 경등산화에 가벼운 배낭만 메고 들어온 일반 등산객들이 보였다는 겁니다. 전문 장비도 없고 긴장감도 없이 경치 구경하듯 걷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분들이 그게 얼마나 위험한 도박인지 모르고 있다는 게 더 무서웠습니다. 구조대원들이 설치하지 않은 로프가 곳곳에 매달려 있었는데, 불법 산행자들이 편의를 위해 자연암반에 직접 설치한 것입니다. 이런 로프는 강도 검증이 전혀 안 되어 있어 잡는 순간 이탈될 수 있고, 암반을 훼손해 복원이 불가능한 자연 파괴를 낳습니다.
설악산의 암질은 화강암(花崗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화강암은 표면이 거칠고 마찰력이 강해 건조 시에는 암벽화 접지력이 잘 살지만, 비가 오거나 습기가 많으면 마찰 계수가 급격히 낮아져 훈련된 암벽 등반가도 미끄러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일반 등산화는 이런 조건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설악산 비법정 탐방로 등반 허가는 누구나 받을 수 있나요?
A.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한 달 전부터 신청하면 대체로 승인됩니다. 특정 자격증이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암벽장 안전도와 훼손 정도에 따라 허가 인원을 제한합니다. 다만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누구나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저 역시 허가를 받고 들어갔지만, 전문 등반 경험 없이는 중간에 탈수·낙석 등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산악 구조 헬기를 부르면 비용이 발생하나요?
A. 소방청 헬기를 이용한 산악 구조는 공공 안전 서비스로 운용되어 현재 개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조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비법정 탐방로에서 사고가 나면 지형 특성상 헬기조차 환자를 찾지 못하고 복귀하는 일이 생깁니다. 실제로 구조 완료까지 6시간 이상 걸린 사례도 있습니다.
Q. 등산 초보자가 설악산 갈 때 꼭 챙겨야 할 게 뭔가요?
A. 설악산 구조 통계를 보면 사고의 대부분이 넘어짐과 접질림입니다. 그래서 밑창 접지력이 확보된 등산화는 협상 불가한 필수 장비입니다. 여기에 랜턴과 충분한 물을 반드시 챙기셔야 합니다. 설악산은 코스 중반부터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구간이 길게 이어지므로, 입산 전 동행자에게 하산 예정 시간을 반드시 공유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Q. 비법정 탐방로에 설치된 로프를 잡고 올라가도 되나요?
A. 절대 권장하지 않습니다. 비공인 로프는 불법 산행자가 임의로 설치한 것으로, 강도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산 구조 현장에서도 이런 로프를 잡다가 이탈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 전에도 위험하게 올랐다"는 신호이지,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결론
설악산 비법정 탐방로는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곳이지만, 저는 그곳을 직접 걸어본 뒤로 "경치보다 안전"이라는 말을 진심으로 믿게 됐습니다. 입산 허가를 받더라도 반드시 유경험자의 인솔 아래, 기본 체력과 산행 능력을 갖춘 인원으로만 구성해야 합니다. 탈수, 낙석, 저체온증 같은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인원이 없다면, 허가증은 그냥 종이 한 장에 불과합니다.
정규 탐방로도 충분히 웅장하고, 토왕성폭포는 아래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입니다. 허가도 없이 비탐방로를 오르는 행위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구조대원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일임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