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약산에 1년에 네 번씩 찾아간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는 경상남도 밀양과 울산 경계에 걸쳐 있는 해발 1,189m의 재약산을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느끼러 정말로 그렇게 다녀왔습니다. 영남알프스를 대표하는 이 산은 억새철이면 사자평 일대가 금빛 물결로 뒤덮이고, 한여름엔 얼음골 계곡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입니다. 표충사를 비롯한 역사 유적과 층층폭포 같은 자연 경관이 어우러져, 단순히 정상만 밟고 내려오는 산행이 아닌 문화와 자연을 함께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재약산, 왜 영남알프스의 대표 명산일까요?
재약산이 영남알프스 9개 산 중에서도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여러 번 방문하면서 느낀 건, 이 산이 단순히 높이로만 승부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재약산은 여러 봉우리가 원형으로 둘러싸인 칼데라형 지형을 갖추고 있습니다. 칼데라란 화산 활동으로 생긴 분지 형태의 지형을 말하는데, 재약산은 화산이 아니지만 마치 화산지형처럼 봉우리들이 둥글게 배치되어 있어 독특한 풍광을 자랑합니다.
특히 봉우리 사이를 잇는 능선이 비교적 완만해서 초보 등산객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예상보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상부엔 암릉 구간이 있어 힘들이지 않고도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재약산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사자평 억새밭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약 120만 평에 달하는 억새 군락지가 펼쳐지는데, 이는 평창 대관령이나 전남 순천만 못지않은 규모입니다(출처: 산림청 숲나들e). 매년 10월 초중순이면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로 주차장이 꽉 차고, 등산로 곳곳에서 사진 찍는 분들로 북적입니다. 저 역시 가을마다 이곳을 찾았는데, 억새가 햇빛에 반짝이며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더군요.
이 산에는 표충사, 얼음골, 층층폭포, 금강폭포 같은 명소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표충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었던 사명대사의 유적이 남아 있는 사찰로, 등산 전후에 들러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얼음골은 한여름에도 얼음이 얼어 있는 신기한 자연현상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역빙혈 지형이라는 특수한 지질 구조 덕분에 생긴 현상입니다. 역빙혈이란 지하 공기 순환이 역으로 일어나 여름철에 차가운 바람이 분출되는 동굴 형태를 말합니다.
재약산의 주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위치: 경남 밀양시와 울산광역시 경계
- 해발고도: 1,189m
- 대표 명소: 사자평 억새밭, 얼음골, 표충사, 층층폭포
- 난이도: 중급 (코스에 따라 초보자도 가능)
- 최적 시기: 봄(진달래), 여름(계곡), 가을(억새), 겨울(설경·상고대)
재약산 등산코스,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요?
재약산 등산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각 코스마다 난이도와 소요 시간, 볼거리가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체력과 목적에 맞춰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계절마다 다른 코스를 선택해 산행했는데, 그 경험을 토대로 각 코스의 특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표충사 왕복 코스입니다. 표충사를 출발해 고사리분교 터를 거쳐 수미봉과 사자봉을 지나 한계암을 돌아오는 약 9.5km 구간으로, 4시간 50분 정도 소요됩니다. 이 코스는 사자평 억새밭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루트라 가을철 산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저도 가을에 이 코스로 여러 번 올랐는데, 억새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사진 찍기에 최적이었습니다. 초보자도 무난하게 도전할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두 번째는 매바위마을 순환 코스입니다. 매바위마을에서 시작해 필봉, 상투봉, 사자봉, 수미봉을 거쳐 폭포군을 지나 표충사로 내려오는 약 10.5km 구간으로, 5시간가량 걸립니다. 여러 봉우리를 연이어 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고, 중상급자에게 추천하는 코스입니다. 저는 여름에 이 코스를 선택했는데, 능선을 따라 걸으며 다채로운 풍경을 즐길 수 있었지만 더위와 오르막이 겹쳐 꽤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얼음골 코스입니다. 얼음골을 출발해 사자봉, 수미봉을 거쳐 층층폭포를 지나 표충사로 내려오는 약 8.5km 구간으로, 4시간 45분 정도 소요됩니다. 여름철에 특히 인기 있는 코스로, 출발지인 얼음골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여름 푹푹 찌는 날씨에 이곳을 찾았는데, 얼음골의 차가운 바람이 정말 신기했고 더위를 잊게 해줬습니다.
네 번째는 배내골 코스입니다. 배내골에서 출발해 사자평을 거쳐 사자봉, 수미봉을 지나 홍룡폭포를 경유해 표충사로 내려오는 약 8km 구간으로, 4시간 10분 정도 걸립니다. 가을철 억새 감상에 최적화된 코스로, 사진 명소가 많아 여유 있게 걸으며 풍경을 즐기기 좋습니다. 저는 이 코스를 가을에 선택했는데, 배내골 입구부터 억새가 시작되어 산행 내내 황금빛 물결 속을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각 코스를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 표충사 코스: 9.5km, 4시간 50분, 난이도 보통, 억새·사찰 탐방
- 매바위마을 코스: 10.5km, 5시간, 난이도 어려움, 다양한 봉우리·폭포
- 얼음골 코스: 8.5km, 4시간 45분, 난이도 보통, 여름철 시원한 산행
- 배내골 코스: 8km, 4시간 10분, 난이도 쉬움, 가을 억새 중심
저는 계절마다 목적에 맞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봄엔 신록을 보러 표충사 코스를, 여름엔 계곡 바람을 느끼러 얼음골 코스를, 가을엔 억새를 만끽하러 배내골 코스를, 겨울엔 상고대를 보러 매바위마을 코스를 택했습니다. 각 코스마다 다른 매력이 있으니, 본인의 체력과 계절, 목적을 고려해 선택하시면 됩니다.
실제로 다녀본 재약산,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요?
재약산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아쉬웠던 점과 주의해야 할 점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먼저 등산 준비물입니다. 산 중간에는 편의시설이 거의 없으므로 식수와 간식을 넉넉히 챙겨야 합니다. 저는 처음 갔을 때 물을 적게 가져갔다가 목이 말라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엔 물 2L 이상, 겨울철엔 보온병에 따뜻한 차를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등산 지도나 GPX 파일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재약산은 이정표가 충분하지 않은 구간이 있어서, 길을 헷갈릴 수 있습니다. 저는 산림청 숲나들e 사이트에서 등산지도를 미리 내려받아 참고했는데,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었습니다(출처: 산림청 숲나들e).
시간 계획도 중요합니다. 특히 가을 억새철엔 등산객이 몰려 주차장이 일찍 만차되고, 등산로도 혼잡합니다. 저는 가을에 오전 10시쯤 도착했다가 주차 자리를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맨 적이 있습니다. 억새철엔 아침 일찍 출발하거나 평일을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날씨 확인도 필수입니다. 재약산은 해발 1,189m로 고도가 높아 기온 변화가 큽니다. 산 아래는 따뜻해도 정상 부근은 바람이 세고 기온이 낮아, 바람막이와 보온 옷을 꼭 챙겨야 합니다. 저는 봄에 가벼운 차림으로 올라갔다가 정상에서 추위에 떨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솔직히 아쉬웠던 점도 있습니다. 재약산은 약초가 많기로 유명한데, 일부 등산객들이 무분별하게 약초를 캐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개인이 약초를 채취하는 건 산림보호법상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는 분들이 적지 않더군요. 제 경험상 이건 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산을 아끼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하는 일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관리 당국의 단속과 처벌이 미흡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일반적으로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에서는 순찰과 단속이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제가 산행하면서는 단속 인력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영남알프스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지만(출처: 국립공원공단), 인력과 예산의 한계로 모든 구역을 철저히 감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등산객 스스로 산을 보호하려는 의식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재약산 등산 전 체크리스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식수·간식 넉넉히 준비 (물 2L 이상 권장)
- 등산지도·GPX 파일 미리 확인
- 억새철엔 아침 일찍 출발 (주차난 대비)
- 바람막이·보온 옷 필수 (고도차 기온 변화 대비)
- 약초 채취 금지 (산림보호법 준수)
재약산은 영남알프스를 대표하는 명산답게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저는 이 산을 1년에 네 번씩 찾으며 봄의 신록, 여름의 시원한 계곡, 가을의 억새, 겨울의 상고대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대한민국 명산 10곳을 뽑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재약산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만 일부 등산객의 무분별한 약초 채취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 모두가 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마음으로 산행한다면, 재약산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억새철이 다가오면 꼭 한 번 찾아가 보시길 권합니다. 직접 걸어보면 왜 이 산이 특별한지 알게 되실 겁니다.
참고: 나의산나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