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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명산

강화도 부자캠핑장 + 상리암장 알찬 1박 2일 후기

by kgiveroot 2026.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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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번 주말 계획 잡을 때만 해도 그냥 동생들이랑 캠핑이나 하고 오자 싶었는데, 이게 암벽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강화도에 상리암장이라는 암벽 루트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직접 가보는 건 처음이었고, 부자캠핑장은 그 근처에 야영 가능한 곳이 있다고 해서 묶어서 1박 2일로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진짜 다시 오고 싶다.

강화도 해안가
해안가

 

강화도로 넘어가다 보면 차 안에서도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풍경이 이미 힐링이다. 갯벌이 펼쳐지고 저 멀리 작은 섬들이 떠 있는 게 꼭 수채화 같달까. 뭔가 일상이랑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는 기분? 서울에서 1시간 조금 넘으면 이런 데가 있다는 게 신기하긴 하다.

능선에서 바라보는 해안가
능선에서 바라보는 해안가

 

캠핑장에 짐 풀기 전에 잠깐 주변 능선을 걸어봤는데 올라가다 보니 바다가 한눈에 다 보이는 포인트가 나왔다. 회색빛 하늘이었는데도 바다 색이 묘하게 예뻤고, 저 멀리 산 능선이 겹겹이 쌓인 게 되게 차분한 느낌이었다. 사진 찍으면서 잠깐 멍하니 서 있었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게 되는 그런 풍경이었음. 강화도가 섬인데도 막 바다가 짠하게 와닿는 느낌보다는 호수처럼 잔잔한 분위기라서 더 좋았다.

암벽 하기 전날 저녁에 캠핑장에 텐트 치고 자리를 잡았다. 부자캠핑장은 시설이 딱 야영지 느낌이라 뭔가 화려한 글램핑은 아닌데, 그게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암벽 하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베이스캠프 느낌이랄까. 바닥이 자갈밭이라 텐트 펙 박기가 쬐끔 힘들었는데 그것 말고는 딱히 불편한 건 없었다.

 

밤에 환하게 불 켜진 텐트
밤에 환하게 불 켜진 텐트

텐트 안에 불 켜두니까 오렌지색 텐트가 숲속에서 랜턴처럼 빛나는 게 진짜 예뻤다. 이 사진 찍으려고 뒤로 물러나서 셔터 여러 번 눌렀는데 그냥 생폰으로 찍어도 이렇게 나와주니까 고마웠다. 주변이 완전 캄캄해서 텐트 빛이 더 도드라졌던 것 같다. 저게 내 텐트라는 게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ㅋㅋ

 

캠핑장 캠프파이어
캠핑장 캠프파이어

 

밤에는 모닥불 피웠다. 장작 쌓아두고 불 붙이는데 처음에 잘 안 붙어서 좀 씨름했는데 결국 활활 타오르니까 다들 "오~" 하고 반응이 왔다ㅋㅋ 기네스 캔 꺼내서 한 잔씩 하면서 불 앞에 앉아 있었는데, 이게 진짜 캠핑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다. 불멍이라는 게 처음엔 그냥 유행어인 줄 알았는데 진짜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무 말 없이 불만 바라보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게 신기했다.

헤드랜턴아래 요리하는 모습
헤드랜턴아래 요리하는 모습

 

밥은 그냥 간단하게 코펠에 라면이랑 이것저것 끓여서 먹었다. 헤드랜턴 불빛 아래서 연기 모락모락 나면서 뭔가 끓고 있는 그 장면이 너무 캠핑스러워서 사진 남겼다. 차갑고 어두운 밤인데 그 조그만 불빛이랑 따뜻한 음식이 되게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 일상에서는 이런 기분 느끼기가 쉽지 않으니까.

 

모닥불아래 모여 앉은 모습
모닥불아래 모여 앉은 모습

 

같이 간 멤버들이랑 불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었다. 다들 두꺼운 패딩 껴입고 앉아서 뭔가 이야기 나누는 그 장면... 진짜 나중에 이 사진 보면 "아 그날 진짜 좋았지"라고 할 것 같다. 모닥불 빛이 얼굴에 반사되니까 표정도 다 밝아 보이고, 다들 웃고 있는데 저 순간은 꼭 기억하고 싶었다. 캠핑이 좋은 이유가 이런 거 아닐까. 폰 내려놓고 같이 불 앞에 앉아서 그냥 얘기하는 것.

솔직히 이 부분에서 좀 생각이 많아졌다. 요즘 일상이 너무 바쁘고 피곤한 게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렸는데, 이렇게 나와서 같이 불 앞에 앉아 있으면 그 모든 게 좀 내려놓아지는 느낌이 있다. 스마트폰 알림도 없고, 다음날 일정 걱정도 잠깐은 잊어지고. 어른이 되고 나서 진짜 쉬는 게 뭔지 모르겠다 싶었는데, 이런 순간이 그나마 진짜 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을 뭔가 장비 자랑하고 예쁜 사진 찍으려고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느낌. 텐트 하나, 불 하나, 사람들. 이게 다인데 충분한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바로 상리암장으로 이동했다. 전날 밤에 좀 늦게 잠들었는데도 이상하게 개운했다. 역시 자연 바람 맞으면서 자면 다르다고 하더니 진짜인 것 같다.

상리암장 슬랩 바위 전면
상리암장 슬랩 바위 전면

 

상리암장에 도착하니까 일단 바위 크기에 압도됐다. 사진으로 보면 그냥 바위인데 실제로 아래서 올려다보면 진짜 까마득하다. 저걸 사람이 손발로 올라간다고? 처음에 멀리서 봤을 때는 그냥 큰 바위산이구나 했는데 가까이 가서 올려다보니까 "어... 저거 어떻게 올라가지?" 싶었다.

상리암장 루트 난이도표 (1암장~3암장 전체 표)
상리암장 루트 난이도표 (1암장~3암장 전체 표)

 

암장 입구 근처에 루트 난이도표가 붙어 있었는데 1암장부터 3암장까지 루트 이름이랑 난이도가 다 적혀 있었다. 5.9부터 시작해서 5.11c+까지 다양하게 있고 루트 이름들이 되게 감성 있었다ㅋㅋ "처음이지", "그날이후", "비로라서" 이런 식으로 이름이 붙어 있는데 누가 이름을 이렇게 지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처음이지" 루트가 5.10a였는데 이름이랑 난이도가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느꼈다.

 

바위에 박힌 루트 이름 표시판 '처음이지 5.10a'
바위에 박힌 루트 이름 표시판 '처음이지 5.10a'

 

바위에 직접 나사로 고정된 루트 표시판인데, "처음이지 5.10a"라고 적힌 게 뭔가 귀여웠다. 오래된 테이프에 글씨가 살짝 바래 있는 게 이 암장에 역사가 있구나 싶은 느낌도 들고. 이런 거 보면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클라이머들이 이 루트를 탔겠구나 싶어서 괜히 경건해지기도 한다.

슬랩바위 오르는 모습
슬랩바위 오르는 모습

 

같이 간 분이 먼저 루트를 올라갔다. 옆에서 보면서 따라가는데 저 거대한 슬랩을 손발로 붙어서 올라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슬랩이라는 게 홀드가 거의 없고 그냥 발 마찰력이랑 무게중심으로 올라가는 스타일이라는데, 처음 보면 저게 된다고?? 싶다. 저 높이에서 손가락 하나, 발 각도 하나에 몸 전체가 달려 있는 거잖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바위 중턱 등반 장면
바위 중턱 등반 장면

 

조금 멀리서 찍은 사진인데 저 높이에서 사람이 조그맣게 보이는 게 진짜 스케일이 느껴진다. 소나무가 옆에 있고 하늘을 배경으로 바위 위에 사람이 있는 그 구도가 생각보다 엄청났다. 이걸 직접 올라가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나도 언젠가는 저기까지 올라가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암벽을 취미로 한다는 게 뭔가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매력 있는 운동이라는 게 느껴졌다.

암벽을 직접 해보면서 느낀 건데, 이게 단순히 체력 운동이 아니라 진짜 두뇌 운동이라는 거다. 어느 발을 어떻게 딛고, 무게를 어디에 싣고, 손은 어디를 잡아야 하는지 계속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다른 잡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다. 살면서 이렇게 온전히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해야 하는 경험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무서워서 긴장하는 것도 있지만, 그 긴장감이 나쁜 게 아니라 살아있는 느낌이랄까. 일상에서는 멍하게 뭔가에 쫓기는 느낌이 드는데, 바위 위에서는 딱 지금만 생각하게 되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암벽 특성상 위험하다고 겁먹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실제로 가보면 루트마다 볼트가 박혀 있고 경험 많은 분이 확보 잡아주면 로프 시스템 자체가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물론 기본 장비랑 교육은 필수고, 혼자 가는 건 당연히 안 되지만. 이번에 같이 간 분들이 다 경험자여서 믿고 따라갈 수 있었는데, 만약 처음 관심 생겼다면 클라이밍 동호회나 암장 다니면서 기초부터 배우는 게 제일 맞는 것 같다.

 

해안가 리조트 야외 수영장과 바다 전경
해안가 리조트 야외 수영장과 바다 전경

 

돌아오는 길에 근처 해안가를 잠깐 들렀는데 야외 수영장이 있는 리조트가 보였다. 겨울이라 수영장은 물이 없었는데, 저 수영장 너머로 바다가 이어지는 뷰가 여름이면 진짜 엄청나겠다 싶었다. 겨울에는 황량하고 스산한데 그것도 나름 운치가 있긴 했다. 성수기에 오면 완전 다른 분위기겠지.

전체적으로 이번 1박 2일 후기를 정리하자면, 강화도는 서울 근교에서 제대로 야외 활동하고 싶을 때 진짜 괜찮은 선택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캠핑장은 시설이 화려하진 않지만 암벽 하는 사람들이 베이스로 쓰기에 딱 맞는 느낌이고, 상리암장은 루트도 다양하고 규모도 제법 있어서 초보부터 어느 정도 실력 있는 분들까지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암장이었다. 바다랑 산이랑 암벽이 한 곳에 다 있다는 게 진짜 장점.

다음에 또 올 때는 좀 더 긴 루트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그리고 이번엔 1박이었는데 2박 정도 하면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캠핑이랑 암벽을 묶어서 다니는 게 처음에는 체력적으로 좀 빡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서로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낮에 암벽으로 진 빼고 밤에 모닥불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그 루틴이 진짜 완벽하다. 강화도 쪽에서 뭔가 색다른 주말 보내고 싶은 분들한테 추천하고 싶은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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