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등산 지식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장비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장비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속옷부터 장비입니다. 잘 알면 등산이 쉬워지고, 모르면 더 힘들어진다는 장비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코스부터 봤습니다
등산을 시작했을 때 저는 장비보다 코스를 먼저 봤습니다. 몇 시간짜리 산인지, 전망은 어떤지, 사진이 잘 나오는지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번의 산행을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산에서는 풍경보다 몸 상태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그 계기가 된 날이 있습니다. 도봉산 새해 일출을 보러 갔던 날입니다. 빨리 다녀올 생각에 입고 있던 옷을 대충 여며입고 갔습니다. 반팔 티에 후드티, 구스다운이 전부였습니다. 올라갈 때는 몸이 달아올라 괜찮았는데, 정상에서 멈춰 서는 순간 땀이 식으면서 온몸이 굳어버렸습니다. 구스다운은 안에 찬 땀 때문에 보온이 되지 않았고, 바람까지 불어오니 버티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옷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산에서는 옷이 환경이 됩니다
도심에서는 옷이 취향의 문제지만, 산에서는 옷이 곧 환경이 됩니다. 바람을 막아주지 못하면 그대로 체온을 빼앗기고, 땀이 마르지 않으면 작은 휴식조차 고통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복을 고를 때 얼마나 따뜻한가를 먼저 봅니다.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느냐입니다. 땀이 났을 때 바로 벗을 수 있는지, 바람이 불 때 덧입을 수 있는지, 젖었을 때 불편함이 오래 가지 않는지. 이 기준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옷을 고르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지금 제가 실제로 입는 레이어링
경험이 쌓이면서 레이어링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1레이어는 쿨맥스 소재 베이스레이어입니다.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발산해주는 소재입니다. 면 소재는 땀이 차면 마르지 않아 산에서는 최악입니다. 반드시 기능성 소재를 선택해야 합니다.
2레이어는 플리스입니다. 보온과 통기가 동시에 되는 소재입니다. 저는 파타고니아 제품을 선호합니다. 가볍고 보온성이 좋으며 오래 써도 기능이 유지됩니다. 플리스는 젖어도 보온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아우터는 노스페이스 벤투스 자켓을 애용합니다. 얇은 고어텍스 제품으로 방수와 방풍이 되면서도 다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겨드랑이와 옆구리, 등 쪽에 지퍼가 있어서 체온 조절과 땀 배출이 용이합니다. 강하게 추천하고 싶은 기능입니다. 두꺼운 아우터 하나보다 얇은 고어텍스 아우터 하나가 훨씬 활용도가 높습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단순해집니다
신기하게도 산에 자주 갈수록 입는 옷은 점점 단순해집니다. 처음엔 이것저것 챙겼는데 결국 손이 가는 건 늘 비슷했습니다. 가볍고, 불편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옷. 이게 전부였습니다.
오늘 입은 옷으로 내가 하루를 버틸 수 있을까, 한 번쯤 생각해보고 출발하는 것. 등산은 체력 싸움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걸 조금 늦게 알았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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