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에서 가장 위협적인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단연코 저체온증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추위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지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위험입니다. 영하 10도가 아니라 영상 5도에서도 비 맞고 바람 맞으면 저체온증이 옵니다. 등산지도자 활동하면서 산에서 저체온증으로 도움을 받은 사례를 여러 번 봤습니다.

오늘은 저체온증 예방법과 만약 닥쳤을 때의 대처법을 단계별로 설명드리겠습니다.
1단계: 출발 전 준비
옷차림은 3중 레이어가 기본입니다.
- 베이스 레이어: 땀을 빠르게 배출하는 기능성 속옷 (메리노울 또는 합성섬유)
- 미드 레이어: 보온을 담당하는 플리스나 다운 재킷
- 아웃 레이어: 방수와 방풍을 담당하는 고어텍스 재킷
면 소재는 절대 입지 마세요. 면은 땀을 흡수만 하고 배출하지 않아 젖으면 그대로 체온을 빼앗습니다. 면 티셔츠 한 장이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여벌 옷을 반드시 배낭에 넣으세요. 양말, 장갑, 모자 여분은 필수입니다.
핫팩 다섯 개 이상 챙기세요. 손, 발, 허리, 가슴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상용 비닐 보온 시트 한 장은 무게가 거의 없으면서 응급상황에서 생명을 살립니다.
2단계: 산행 중 관리
체온 유지는 능동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땀이 나는 순간 옷을 한 겹 벗으세요. 땀이 옷에 스며들면 그 자체가 체온을 빼앗는 원인이 됩니다. 정상에서 멈출 때를 대비해서 다시 입기 쉬운 옷을 챙기세요.
물은 따뜻하게. 보온병에 따뜻한 물이나 차를 챙기세요. 차가운 물은 체온을 더 떨어뜨립니다.
휴식은 짧게. 5분 이상 쉬지 마세요. 멈추는 순간 체온이 빠르게 떨어집니다. 쉬더라도 바람 안 맞는 곳에서 쉬시고, 쉬는 동안 핫팩을 손에 쥐고 계세요.
행동식을 자주 드세요. 초콜릿, 견과류, 에너지바 같은 고열량 식품이 좋습니다. 체내에서 열을 발생시키는 데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3단계: 저체온증 신호 알아채기
저체온증은 단계별로 신호가 옵니다.
초기 신호: 손발이 차가워지고, 말이 약간 어눌해지고, 몸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이 단계에서 빠르게 대처하면 안전합니다.
중기 신호: 떨림이 심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지고, 걸음이 비틀거립니다. 즉시 하산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심각 단계: 떨림이 멈추고, 의식이 흐려지고, 졸음이 옵니다. 이 단계는 매우 위험하며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
본인보다 일행이 먼저 알아채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행 중 누군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면 바로 체크하세요.
4단계: 응급 대처
저체온증이 의심되면 다음과 같이 대처합니다.
첫째,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큰 바위 뒤, 나무 그늘 뒤도 좋습니다.
둘째, 비상 보온 시트를 두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싸는 게 효과적입니다.
셋째, 젖은 옷이 있다면 갈아입힙니다. 젖은 옷을 입은 채로는 회복이 안 됩니다.
넷째, 따뜻한 음료를 천천히 마시게 합니다. 알코올은 절대 안 됩니다.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체온을 더 떨어뜨립니다.
다섯째, 핫팩을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부위에 대줍니다. 큰 혈관이 지나는 부위라 체온 회복에 효과적입니다.
여섯째, 회복이 더디거나 의식이 흐려지면 즉시 119에 신고합니다.
저는 2024년 1월 덕유산 향적봉 산행 중 일행 한 분이 초기 저체온증 증상을 보여서 비상 보온 시트로 감싸고 따뜻한 차를 마시게 한 후 천천히 하산한 경험이 있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날의 경험이 저체온증 대처 매뉴얼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겨울 산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준비 없이 가면 위험합니다. 오늘 정리한 단계별 매뉴얼을 머릿속에 두고 산행하시면 훨씬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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