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무등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일행 중 한 분이 산행 시작 두 시간쯤 됐을 때 갑자기 주저앉았습니다. 다리에 쥐가 난 겁니다. 가져온 물을 확인해보니 편의점 생수 300밀리리터 한 병. 이미 절반도 남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8월 한여름에, 무등산 일반 등산로를, 300밀리리터로 오른 겁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한 시간 가까이 쉬어야 했습니다.
출발 전에 "물 충분히 챙기셨어요?" 물어봐도 "금방 다녀오면 되죠"라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름철 수분 손실은 생각보다 훨씬 빠릅니다. 산행 중 수분 관리는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의 문제입니다.

갈증이 느껴지면 이미 늦습니다
갈증 신호는 체내 수분이 약 1퍼센트 손실된 후에야 옵니다. 그 시점이면 근육 기능은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상태입니다. 15~20분 간격으로 조금씩, 미리 마시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꾸준히 소량씩 보충하는 게 흡수도 잘 되고 위에 부담도 덜합니다.
계절별 필요 수분량 기준
| 산행조건 | 권장수분량 |
| 봄·가을 4시간 | 최소 1.5리터 |
| 여름 4시간 | 최소 2리터 |
| 겨울 4시간 | 최소 1리터 |
| 종주 8시간 이상 | 최소 3리터 |
저는 1리터짜리 물병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코스와 시간에 따라 위 기준으로 미리 계산해서 챙깁니다. 겨울이라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추운 날씨에는 갈증을 잘 못 느끼지만 호흡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이 오히려 더 많습니다.
물만 마시면 안 되는 이유
땀을 흘리면 수분만 빠져나가는 게 아닙니다. 나트륨, 칼륨 같은 전해질도 함께 빠집니다. 물만 계속 보충하면 전해질 농도가 낮아지고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 쉬워집니다.
저는 이 때문에 소금을 항상 조금씩 챙겨 갑니다. 장거리나 여름 산행에서 물과 함께 소금을 아주 조금씩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근육 경련 예방에 차이가 납니다. 이온음료도 좋지만 당 함량이 높아서 저는 소금으로 대신합니다.
무등산 그날 일행분이 주저앉은 건 체력 부족이 아니었습니다. 준비 부족이었습니다. 300밀리리터 한 병으로 한여름 산을 오른 건 산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겁니다. 산은 준비한 만큼만 허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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