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로 5분이면 올라갈 수 있는 산을, 굳이 2시간 걸려서 걸어 올라가야 할까요? 저는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미륵산을 직접 걸어 올라가며 그 답을 찾았습니다. 해발 461m의 낮은 산이지만, 가족과 함께 오르기에는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을 만큼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용화사 광장에서 시작하는 완만한 산책로
용화사 광장 주차장은 2,000원인데, 조금 아래쪽 공영 주차장은 1,000원으로 운영됩니다. 양심 자율 주차장이라 지폐를 넣는 함이 마치 어린이 장난감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주차장에서 만난 '잭'이라는 강아지가 하산 후 꼬리를 흔들며 반겨줬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입구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지팡이는 생각보다 튼튼했습니다. '관세음보살'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어 절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용화사까지는 경사가 제법 가팔라서 평소 잘 쓰지 않는 발목 근육이 당기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 구간만 지나면 평지에 가까운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문화재자료 제10호로 등록된 연화사를 지나면 비포장 임도가 시작됩니다. 마스크를 쓰고 걸으니 얼굴에 땀이 맺혔지만, 천천히 걸으면 전혀 힘들지 않은 수준입니다. 실제로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갔을 때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었던 걸 보면, 체력적으로 크게 부담스러운 코스는 아닙니다.
띠밭등에서 미래사까지 이어지는 바다 전망
굽이진 임도 사이 계단 지름길을 따라 올라가면 띠밭등 구간이 나옵니다. 드라마 '빠담빠담'에서 한지민이 극중 아빠와 걸었던 그 길입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가 이 코스의 백미입니다. 봄이나 가을에 가족들과 가벼운 차림으로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중간쯤 루지 주차장과 만나는 지점에는 넓은 공터와 벤치가 있어 반려견과 산책 나온 사람들이 쉬어가기 좋았습니다. 평지 길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미래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용화사 광장에서 출발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미래사는 아담한 절이었습니다. 절 자체보다는 주변 편백림과 산책로가 아름답다는 평이 있는데, 저는 가을에 다시 방문해볼 계획입니다. 여기서부터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이정표상 약 1km지만, 끝없는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실제로 25분 정도 소요됐는데 날씨가 선선했음에도 땀이 제법 났습니다.
운 좋게 나무 위에서 딱따구리가 나뭇가지를 자르는 모습을 봤습니다. 케이블카 탑승장에 간식을 파는 곳이 있어 목을 축일 수 있었습니다. 정상까지는 10~15분 정도 더 올라가는데 계단으로 정비되어 있어 오히려 편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한려해상 파노라마
해발 461m의 낮은 산이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명산 못지않았습니다. 동피랑 벽화마을이 있는 중앙시장 방향은 물론, 거제도를 포함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이 발아래 펼쳐집니다. 달아공원이 있는 산양읍까지 360도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욕지도를 오가는 여객선도 보였습니다.
용화사에서 미래사를 거쳐 정상까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절 구경하고 전망대에서 사진 찍는 시간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 기준으로도 충분히 완주 가능한 코스입니다.
하산은 도솔암 쪽으로 내려갔는데, 이 구간은 솔직히 좀 후회했습니다.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미끄러운 곳이 많아 네 발로 기어 내려간 곳도 있었습니다. 도솔암부터는 차량 임도 구간인데 경사가 너무 급해 발가락이 앞으로 쏠릴 정도였습니다. 천천히 걸어도 50분 정도 소요됐습니다.
케이블카 설치 당시 지역 반발이 꽤 심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편리함과 관광성을 높이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탑승하려면 오르막길을 조금 걸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지리적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면, 이동 편의를 위한 후속 대책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체 산행 시간은 3시간이 채 안 걸렸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천천히 걸으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직접 걸어 올라가보시길 권합니다. 초등학생 아이와도 충분히 가능한 코스였습니다. 강추 합니다.
참고: 사니조아흐기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