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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양산 등산코스 (등산코스, 암릉구간, 원점회귀)

by kgiveroot 2026. 2. 25.

저도 처음엔 희양산이 블랙야크 명산100에서 빠졌다는 얘기를 듣고 '그럼 좀 쉬운 코스 아닐까' 하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녀와보니 이건 완전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희양산은 은티마을을 들머리로 주치봉과 구왕봉을 거쳐 정상까지 이어지는 원점회귀 코스인데, 제가 지금까지 다녀본 암릉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난이도가 있는 산이었습니다. 특히 구왕봉에서 희양산 구간은 밧줄과 급경사가 연속되는 코스라 체력 배분을 잘못하면 고생할 수 있습니다.

희양산

등산코스 확인은 필수, 그런데 알바가 시작되다

12시에 은티마을 주차장에서 출발했는데, 주차비를 받으시더군요. 예전에 악휘봉-칠보산 코스 때 와봤던 곳이라 익숙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때는 오른쪽으로 갔었는데 이번엔 왼쪽 은티재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지도를 대충 봤다는 거였습니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느낌상 왼쪽으로 가버렸고, 그 뒤로 30분 동안 알바 타임이 시작됐습니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등산로인 줄 알고 옆 능선을 탔는데, 알고 보니 그것도 알바였습니다. 다행히 위쪽 능선을 넘어 은티재로 가는 등산로를 만났지만, 30분이면 올 거리를 1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솔직히 이 구간에서 시간과 체력을 많이 소모한 게 좀 아쉬웠습니다. 지도를 꼼꼼히 보지 않은 제 실수였죠. 은티재에 도착해서 백두대간길 안내판을 보니, 주변에 봉암사 땅이라는 표시가 있던데 생각보다 범위는 넓지 않아 보였습니다.

암릉구간 구왕봉까지는 육산, 그 이후가 진짜

은티재에서 주치봉까지는 수월한 육산길이었습니다. 약 20분 정도 걸렸고, 호리골재를 거쳐 구왕봉으로 향하는 길도 적당한 오름이었습니다. 더운 날씨였지만 폭염까지는 아니어서 쉴 곳만 나오면 열심히 쉬어가며 올랐습니다. 제가 뛰어넘었던 바위 하나가 생각보다 거리가 있어서 내려올 때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구왕봉에 2시 37분에 도착했는데, 주치봉에서 구왕봉까지 쉬는 시간 포함해서 1시간 걸렸습니다. 구왕봉 자체는 쉴 곳도 없고 조망도 별로라서 바로 이동했는데, 그때부터 희양산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후기에서 밧줄이 많다, 암릉이 힘들다는 얘기를 봤는데 구왕봉까지는 밧줄을 거의 못 봐서 '후기가 과장된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완전히 제 착각이었습니다.

구왕봉을 지나자마자 바로 밧줄 구간이 시작됐고, 가운데 밧줄이 없으면 못 내려올 정도로 가파른 구간이 나타났습니다. 몇 개 절벽 같은 곳을 내려와서 지름티재에 도착한 게 3시 10분이었습니다. 여기서 희양산으로 오르면서 바라본 구왕봉이 제법 멋있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밧줄과 급경사 구간이 끝난 줄 알았습니다.

원점회귀 희양산, 짧지만 정말 강렬했다

희양산으로 오르는 구간은 짧고, 강렬하고, 찐했습니다. 30~40분 동안 온몸으로 올라왔다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등산로에 물이 흘러서 밧줄도 젖어 있었고 바위도 미끄러웠습니다. 팔에 알이 배긴 게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 되는 게 정말 아쉬울 정도로 난이도가 있었습니다.

올라와서 쉬면서 지도를 다시 보니, 올라올 때는 못 봤던 '암릉 주의' 같은 문구가 똬악 박혀 있더군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제가 지금까지 만나본 암릉 중에서는 탑 오브 탑이었습니다. 인수봉 고독길보다 살짝 낮은 정도라고 할까요. 일반적으로 희양산을 백두대간 코스에서 선택 구간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암릉 구간을 경험해보지 않고는 희양산을 다녀왔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희양산 정상까지는 10여 분 더 걸어야 했습니다. 정상은 왼쪽으로만 조망이 열려 있었고, 구름이 왔다 갔다 하면서 꽤 괜찮은 풍경을 만들어줬습니다. 최근 산행 중에선 가장 좋은 날씨였습니다. 깐풍 새우깡을 먹으며 쉬었는데, 구름이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내려갈 땐 은티재로 다시 갈 자신이 없어서 희양폭포 방향으로 내려갔습니다. 성터 갈림길을 지나 희양폭포를 보고 내려왔는데, 폭포는 '이게 폭포 맞아?' 싶을 정도로 수량이 적었습니다.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가 봉암사 방향 표지판을 여러 번 봤는데, 실제로 봉암사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은지 아니면 봉암사 측에서 과하게 표시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5시가 넘었고, 휴식 시간만 1시간 정도 됐습니다. 여름 산행은 무조건 물 마시면서 자주 쉬는 게 답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농원에서 사과를 따시던 분이 현지 판매를 하셔서, 한 박스 반 정도 담아왔는데 30개 정도에 2만 5천 원이었습니다.

희양산은 원점회귀 코스 중에서도 꽤 알찬 편이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충북 지역에 위치한 만큼 전국에서 접근성이 좋고, 백두대간 인증도 은티재와 구왕봉 두 곳에서 가능해서 산악회 분들이 많이 찾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갔을 때도 여러 지역 산악회 인원들을 만났습니다. 다만 국립공원이라는 타이틀에 비해서는 시설이나 유지 보수 관리가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른 산들과 비교했을 때 뭔가 좀 더 손이 닿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건 산의 특성도 있겠지만, 해당 지자체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산행하기에 편리한 산이라고 생각하지만, 암릉 구간의 난이도는 결코 만만하지 않으니 등산 스틱 같은 장비를 챙기고 보행법을 신경 써서 체력을 아끼는 게 중요합니다.


참고: 백두대간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