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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산 등산 (로프구간, 공룡능선, 영국사)

by kgiveroot 2026. 3. 3.

내가 3년 전 천태산을 처음 갔을 때는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날씨가 안 좋아서 제대로 된 산행을 즐기지 못했고, 등산스틱까지 망가져서 기분이 영 별로였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다시 천태산을 찾았는데, 날씨 좋은 날의 천태산은 정말 다른 산이었습니다. 충남 금산군 제원면에 위치한 해발 714.7m의 천태산은 충북의 설악산이라 불릴 만큼 빼어난 공룡능선과 험준한 로프구간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천태산
천태산

영국사 주차장부터 A코스 등산로까지

주차는 천태산 아래 주차장도 있지만, 저는 영국사주차장을 추천합니다. 조금이라도 등산 거리를 줄일 수 있거든요. 다만 올라가는 길이 좁고 구불구불해서 운전에 자신 없으신 분들은 아래 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낫습니다. 주차비나 입장료는 없고, 주차장에 깔끔한 화장실이 있어서 편리했습니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천태산의 모습은 제법 웅장했습니다. 좌측 표지판을 따라가면 등산로 입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선택할 수 있는 코스가 두 가지입니다. 여기서 A코스와 D코스라는 등산로 분류 체계를 만나게 되는데, 이는 산림청이 등산로의 난이도와 길이를 고려해 구분한 것입니다. A코스는 1.8km로 짧은 대신 경사도(elavation gain)가 높고, D코스는 2.5km로 길지만 완만한 편입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A코스로 올라가서 D코스로 하산하는 패턴을 선택하더군요.

입구 계단을 따라 오르면 등산지도를 가져갈 수 있는 통이 있는데, 제가 갔을 때는 비어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제법 경사가 있어서 허벅지에 부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정상까지 1200m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니 곧바로 계단이 나왔고, 100m 정도 올라갈 때마다 거리 표시가 되어 있어서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좋았습니다.

초입 부분은 경사가 있긴 해도 무난한 편이었습니다.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쉼터가 나오고 제법 평탄한 길이 이어졌는데, 저 멀리 바위가 보이더군요. 그리고 곧이어 이 산의 특징인 로프구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로프구간과 공룡능선의 실제 난이도

천태산 등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로프구간 준비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좀 가파른 정도겠지' 생각했는데, 실제로 올라가보니 상체 힘까지 동원해야 하는 구간이 여러 곳 나왔습니다. 여기서 로프구간이란 자연 암벽의 경사도가 60~90도에 달해 일반적인 등산화 마찰력만으로는 오르기 어려워 안전을 위해 로프를 설치해둔 구간을 말합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첫 번째 로프구간은 각도가 상당했습니다. 생각보다 바위가 미끄럽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안전장치 없이 오로지 로프와 등산화에만 의지해야 해서 제법 긴장되더군요. 등산 사고 통계를 보면 실족 사고의 약 35%가 이런 로프구간이나 급경사 구간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출처: 소방청). 그래서 등산화는 반드시 밑창 마찰력이 좋은 것으로, 장갑도 꼭 착용하시길 권합니다.

로프를 타고 올라가니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습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산세가 정말 멋있더군요. 조금 더 올라가니 천태산의 하이라이트라는 거의 90도 경사의 로프구간이 나왔는데, 다행히 공사중이라 우회로를 이용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올라갔으면 꽤 겁먹었을 것 같거든요.

우회로라고 해서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오르막이 계속되어 허벅지가 힘들어하더군요. 정상까지 650m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고, 또다시 로프구간을 통과하니 뷰 좋은 포인트가 나왔습니다. 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에 힘이 났습니다.

평탄한 쉼터가 나오면 정상이 거의 다 온 겁니다. 여기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땀이 제법 났습니다. 우측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드디어 해발 714.7m 천태산 정상입니다. 정상은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탁 트인 조망은 아니었지만, 정상석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D코스 하산과 영국사 들르기

하산은 D코스로 정했습니다. 올라올 때보다 완만하다는 평가가 많더군요. 실제로 걸어보니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코스라 경치가 정말 좋았습니다. 이게 바로 공룡능선이구나 싶었습니다. 여기서 공룡능선이란 산의 능선이 공룡의 등뼈처럼 굴곡지고 험준하게 이어진 형태를 말하는데, 설악산 공룡능선처럼 암릉과 암봉이 연속되는 구간을 뜻합니다. 천태산의 공룡능선은 설악산만큼 험하진 않지만, 그래도 양쪽으로 펼쳐지는 조망이 일품이었습니다.

D코스에서도 로프구간은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하산할 때도 방심하면 안 되겠더군요. 남고개에서부터는 완전히 평탄한 등산로로 바뀌어서 편하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A코스보다 구간이 길어서 내려가는 시간도 비슷하게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하산 중에 영국사에 들렀는데, 이곳은 신라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절입니다. 국가보물인 삼층석탑과 웅장한 대웅전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천년 된 은행나무는 그 크기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고려시대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이곳에 피신했다는 역사적 배경도 흥미로웠습니다. 절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겠더군요.

천태산은 코스가 짧지만 로프구간이 많아 담력이 필요한 산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단순히 거리만 보고 쉬운 산이라 생각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안전에만 주의한다면 공룡능선의 아름다운 풍경과 영국사의 문화재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알찬 코스입니다. 다만 로프구간에서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항상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등산화와 장갑은 필수이고,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참고: 산이좋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