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민주지산 후기 - 하루종일 비, 아무것도 못 봤지만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by kgiveroot 2026. 3. 12.

지난 주말, 친구와 둘이서 충북 영동 민주지산을 다녀왔습니다. 일기예보에는 오전에 비, 오후에 갠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예정대로 출발했는데 결국 하루종일 비였습니다. 곰탕을 제대로 끓이고 왔습니다.

정상에서 산그리메가 정말 멋진 산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세상 뽀얀 안개 속만 보여줬습니다. 나중에 날씨 좋은 날로 다시 일정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민주지산등산안내표
민주지산등산안내표

 

 

주차는 꼭 위쪽 주차장으로 — 저는 셀프로 낚였습니다

민주지산 최단코스는 민주지산자연휴양림 원점회귀 코스입니다. 보통 3시간이면 된다고 하는데 저는 3시간 50분이 걸렸습니다. 등린이 딱지는 도무지 떼질 기미가 없습니다.

꿀팁 하나 드리겠습니다. 민주지산자연휴양림 입구 주차장에 주차하지 마세요. 한참 더 올라가면 주차장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서 시작하면 최소 20분은 아낄 수 있습니다. 저는 검색을 좀 더 했어야 했는데, 누가 봐도 등산객은 입구 주차장에 대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이미 주차 중인 차들도 많아서 셀프로 낚인 겁니다. 위쪽 주차장은 7~8대는 충분히 들어가고 사람이 많지 않아 서두를 필요도 없습니다.

 

 

이정표가 정반대를 가리키는 산

민주지산
민주지산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자연휴양림 숲속의 집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초반부터 황당한 장면을 마주쳤습니다. 파란색 이정표와 나무 이정표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어렵지도 않은 길인데 잘못된 이정표가 번번이 나와서 꽤 많이 헤맸습니다. 왜 고치지 않는 건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결정적으로 난감했던 건 두 번째 갈림길이었습니다. 이정표는 올라가라고 안내하는데 앞에 12시 방향과 1시 방향 두 갈래 길이 있는 겁니다. 둘 다 그럴싸해 보여서 친구와 한참 고민했습니다. 그때 조금 위쪽 나뭇가지에 리본이 묶여 있는 게 보였습니다. 등산로임을 표시하는 리본이었습니다. 그걸 보고 나서야 확신하고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리본 하나가 꽤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렇게 들머리부터 길 찾기가 어려운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혼자 왔다면 더 고생했을 것 같습니다.

 

 

어짜피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죠

비가 점점 굵어지면서 정상 뷰는 자연스럽게 포기가 됐습니다. 그래도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임도가 끝나고 본격적인 등산로로 들어서면 계곡을 끼고 올라가는 숲길이 이어집니다. 물소리, 새소리, 물방울 맺힌 새싹들, 이끼까지 빗속이라 오히려 더 싱싱하고 예뻤습니다. 이름 모를 들꽃들에 풀 한 포기까지 생명력이 넘쳐흘러 자꾸 발걸음이 느려졌습니다.

고도가 높아 아직 벚꽃이 남아 있었고, 연한 초록빛 꽃길을 깔아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조팝나무도 동네 공원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어른 키보다 한참 크고 꽃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용화천 발원지를 지나면 능선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계단이 나옵니다. 정말 상당히 깁니다. 계단을 다 오르고 능선에 올라서는 순간 갑자기 한겨울이었습니다. 매서운 바람에 빗방울까지 굵어져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능선에서 정상까지 300m인데, 봄과 겨울의 경계를 제대로 실감하고 왔습니다.

 

 

정상 — 아무것도 못 봤지만, 충분했습니다

해발 1,240m 민주지산 정상. 정상석이 굉장히 크고 멋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개뿐이었습니다. 전망대 데크길도 있었지만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친구가 준비해온 컵라면과 김밥, 과일을 추위를 뚫고 야무지게 챙겨먹었습니다.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산은 마음속에 있는 거니까요.

하산은 한 시간도 안 걸렸습니다. 내려오는 길이 편하고 예뻐서 금방이었습니다.

민주지산자연휴양림은 드문드문 건물이 있고 그야말로 산속에 제대로 파묻힌 느낌의 예쁜 곳이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여기서 숙박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날씨 좋은 날, 꼭 다시 오겠습니다.

 

 

민주지산 기본 정보

  • 코스: 민주지산자연휴양림 → 정상 → 원점회귀
  • 총거리 및 소요시간: 7.93km, 3시간 50분
  • 주차: 민주지산자연휴양림 위쪽 주차장 무료
  • 주소: 충북 영동군 용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