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중 휴식이라는 게 참 묘합니다. 안 쉬면 지치고, 너무 쉬면 페이스가 깨집니다. 산을 다니다 보면 자기만의 휴식 리듬을 찾게 되는데, 그게 결국 산행 만족도를 좌우하는 거 같습니다.
제가 등산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휴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힘들면 쉬고 안 힘들면 안 쉬는 식이었죠. 그러다 보니 정상에 가서야 헉헉거리며 주저앉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어떤 날은 정상도 못 가고 중턱에서 포기하고 내려온 날도 있었고요. 그런데 산악회 활동을 하면서 베테랑 산꾼들의 휴식 리듬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분들은 마치 시계처럼 정확하게 쉬더라고요. 50분 걷고 10분 쉬는, 그 단순한 패턴 하나로 같은 코스를 두 배는 편하게 가시는 걸 봤습니다.

휴식 타이밍에 정답이 있다면 50분 걷고 10분 쉬는 것입니다. 이건 군대 행군에서도, 전문 산악인들 사이에서도 통용되는 표준입니다. 인체의 근육 회복 주기와 가장 잘 맞는 리듬이라고 합니다. 50분이 채워지지 않았는데 자주 쉬면 근육이 계속 식고 데워지길 반복하면서 오히려 더 피로해집니다. 반대로 1시간이 넘어가도 안 쉬고 가면 젖산이 너무 많이 쌓여서 회복이 안 됩니다.
다만 이건 이상적인 경우고, 실제 산에서는 코스 상황에 맞춰 조절해야 합니다. 가파른 오르막이 길게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30분에 한 번씩 5분 정도 쉬어주는 게 낫습니다. 너무 오래 쉬면 근육이 식어서 다시 출발할 때 더 힘들어지니까 5분 정도가 적당합니다.
휴식 장소도 중요합니다. 길 한가운데서 쉬면 다른 등산객에게 방해가 되고 자기도 마음 편하게 못 쉽니다. 등산로 옆 평평한 곳, 바위가 있어서 앉을 수 있는 곳, 시야가 트여서 풍경 볼 수 있는 곳. 이런 곳에서 쉬면 짧은 시간에도 회복 효과가 큽니다. 정상 가기 전 마지막 휴식은 일부러 풍경 좋은 곳을 골라서 쉬세요. 마지막 한 발짝까지 가게 해주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쉴 때 뭘 하느냐도 중요합니다. 그냥 멍하니 앉아만 있는 것보다는 물 한 모금 마시고, 간식 한 입 먹고, 가벼운 스트레칭 한두 번 하시는 게 회복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특히 종아리 스트레칭은 근육에 쌓인 피로 물질을 푸는 데 효과적입니다. 신발 끈 한 번 다시 묶고, 배낭끈 조여놓으면 다음 구간이 훨씬 편해집니다.
문제는 너무 자주 쉬는 분들입니다. 산악회 인솔하다 보면 종종 보는데, 한 명이 자꾸 멈춰 쉬자고 하면 전체 페이스가 무너집니다. 본인은 쉬어서 편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식었다 데워지길 반복하면서 더 피곤해지고 있는 겁니다. 자주 쉬고 싶은 충동이 든다면 쉬는 대신 페이스를 줄여보세요. 천천히라도 계속 걷는 게 자주 쉬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빠르고 덜 피곤합니다.
반대로 너무 안 쉬는 분들도 있습니다. 본인 체력 자랑하시는 분들, 또는 빨리 끝내고 내려가고 싶은 분들. 이런 경우 정상에 도착해서 한꺼번에 무너집니다. 그리고 하산 길에 무릎이나 발목 부상이 잘 일어납니다. 50분 페이스, 꼭 지키세요.
작년 11월 소백산 종주를 하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죽령에서 비로봉까지 가는 길에 함께 간 일행 한 분이 계속 빨리 가자고 재촉하시더라고요. 결국 그분이 비로봉 못 가고 중간에 주저앉으셨습니다. 휴식 리듬을 무시한 결과였죠. 그날 저는 50분 패턴 그대로 지키면서 갔는데 정상에서도 한참 더 갈 수 있을 만큼 컨디션이 남아있었습니다.
휴식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다음 구간을 위한 투자입니다. 잘 쉬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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