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의 낭만이라는 게 있습니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길을 걷고 나면 그 감동이 꽤 오래 남습니다. 이번엔 설 명절 전에 산학회와 함께 전라도 무주 적상산을 다녀왔습니다. 덕유산 자락에 위치한 산으로 3시간 이내로 다녀올 수 있어 선택한 코스입니다.

적상산 등산 기본 정보
- 위치 : 전라북도 무주군
- 코스 : 서창지킴터 → 향로봉 (원점회귀)
- 소요시간 : 2시간 50분
- 거리 : 2.83km
- 최저고도 : 461m / 최고고도 : 1,043m
- 난이도 : 중급
시작부터 오르막, 끝까지 오르막
들머리는 서창지킴터입니다. 시작 지점 자체가 해발 460m 정도의 고지대라 출발부터 다릅니다. 여기서 향로봉 1,024m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으로만 이루어진 코스입니다. 전체가 오르막이라는 점은 미리 감안하고 가셔야 합니다.
다만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오르막임에도 크게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높이 솟은 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이 이어지는 구간은 운치도 있고 걷는 맛이 있었습니다. 가슴속이 뻥 뚫리는 듯한 상쾌함, 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순간에 있습니다.
코스는 향로봉을 찍고 원점회귀하는 방식으로 잡았습니다. 안국사를 거쳐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코스도 있지만 시간 관계상 원점회귀를 선택했습니다.
7부 능선, 적상산성의 흔적
향로봉까지 약 2.3km 지점에서 7부 능선 즈음 되는 곳에 적상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문화유적지로 기록도 남아있는 곳인데, 산행 중에 역사적인 흔적을 만나는 게 적상산만의 재미입니다.
적상산성을 지나면 눈이 그대로 남아있는 구간이 나옵니다. 오르막이라 스틱만으로도 올라갈 수 있었지만 아이젠을 챙겨두는 게 안전합니다. 능선을 따라 걷는 구간부터는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깁니다.
정상 향로봉 1,024m, 그리고 뜻밖의 쌀국수 한 그릇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향로봉에 도착합니다. 해발 1,024m. 봉우리마다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데 누가 어떻게 세웠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정상에 도착하니 한 일행이 삼삼오오 모여 뭔가를 먹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작은 쌀국수를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로 끓여 먹는 중이었습니다. 차가운 정상 바람 맞으며 피어오르는 김과 국물 냄새가 얼마나 맛있어 보이던지, 나도 모르게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눈치를 챘는지 일행분께서 여분이 있다며 한 개를 나눠주셨습니다. 사양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1,024m 정상에서 낯선 분들과 나눠 먹은 쌀국수 한 그릇, 진짜 꿀맛이었습니다. 산에서 먹는 음식이 왜 맛있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번 제대로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정상이 춥다는 것도 잠깐 잊었습니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 챙겨서 컵라면이든 쌀국수든 하나 들고 오는 것, 다음 산행에는 꼭 따라 해볼 생각입니다.
하산, 올라갈 때보다 더 조심해야 합니다
내려갈 때는 아이젠이 필수입니다. 부상의 위험은 주로 하산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다리에 힘을 잘 주고 천천히 내려가는 게 중요합니다. 올라갈 때는 숨이 차서 주변을 볼 여력이 없었는데 내려올 때는 천천히 둘러보며 걸었습니다.
하산 중에는 올라갈 때 미처 보지 못했던 장도바위도 만났습니다. 멀리 덕유산 스키장 슬로프도 시야에 들어왔고, 곳곳에 안정감 있게 쌓인 돌탑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올라갈 때보다 시간은 절반 정도로 줄었을 만큼 빠르게 하산했습니다.
겨울 산행 준비물
- 보온 가능한 겹겹이 입을 옷 (오를 때 가볍게, 정상에서 보온)
- 땀 흘린 뒤 갈아입을 여벌 옷
- 아이젠 (하산 시 필수)
- 등산 스틱
- 방풍 바람막이
- 장갑, 마스크 등 보온 장비
- 보온병 뜨거운 물, 컵라면 또는 쌀국수 (강력 추천)
앞에서 잘 간다고 무리하게 따라가기보다 자기 페이스에 맞춰 올라가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마치며
천 고지를 올랐다는 뿌듯함이 있는 산입니다. 겨울이라 화려한 자연 감상은 어렵지만 그 아쉬움을 정상에서의 희열이 충분히 채워줬습니다. 거기에 낯선 일행에게 얻어먹은 쌀국수 한 그릇까지, 이런 예상치 못한 순간이 산행의 기억을 더 오래 남게 합니다. 단풍 시즌에 다시 온다면 또 다른 매력의 적상산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라도 등산 코스로 적상산, 한번쯤 올라볼 만한 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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