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서 제가 한 실수는 예약이었습니다. 몇 해 전 10월, 한계령에서 올라 소청대피소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공룡능선을 탈 계획이었습니다. 대피소야 가면 자리가 있겠거니 했는데, 오후 두 시에 도착한 소청에서 들은 말은 "예약이 없으면 하산하셔야 합니다"였습니다. 배낭에는 이틀치 식량이 들어 있었고, 다리는 이미 서북능선 8km를 지나온 뒤였습니다. 허탈함을 삼키며 대청봉을 찍고 오색으로 5km를 내리 뛰듯 내려왔고,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 닿았을 때는 주변이 어둑했습니다. 이 글은 그날 이후 정리해 둔 대청봉 코스 네 개와 대피소 예약 방법입니다. 대청봉 대표 코스 4개 정리대청봉은 해발 1,708m로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입니다. 오르는 길은 크게 네 방향이고, 거리와 시간은 국립공원공단 ..
출입이 금지된 절벽에서 60대 등산객이 추락해 숨졌습니다. 함께 산에 오른 40명은 사고 직후 뿔뿔이 흩어졌고, 정작 숨진 분의 실명을 아는 사람조차 없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제가 처음 든 생각은 "그럴 줄 알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솔직히 예상 밖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출입금지구역, 실제로 들어가 보면 안다이번 사고가 난 설악산 서북능선 인근은 비법정탐방로(非法定探訪路)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비법정탐방로란 국립공원공단이 공식적으로 지정한 탐방로 이외의 모든 경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지도에 길이 있어도 국가가 관리하지 않는 루트입니다. 제가 직접 허가를 받고 비법정탐방로에 입산해 보니, 일반인 기준으로는 상당히 위험한 지형이 많았습니다.저는 암벽등반을 위해 비법정탐방로를 이용할 ..
국내 등산 사고는 매년 1만 건 가까이 발생합니다. 하루 평균 30건꼴입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도 솔직히 좀 무감각하게 넘겼습니다. 그러다 설악산 적벽에서 직접 아찔한 상황을 겪고 나서야 이 숫자 하나하나에 사람이 달려 있다는 걸 피부로 느꼈습니다. 등산 사고, 통계가 말해주지 않는 것등산 사고의 절반 이상은 실족(발을 헛디뎌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것)과 조난(길을 잃고 고립되는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나머지는 낙석, 저체온증, 심정지 같은 응급 상황이 뒤를 잇습니다. 숫자만 보면 '조심하면 되겠지' 싶지만,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 '조심'이라는 게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았습니다.4년여 전, 설악산 적벽 산행을 잡았습니다. 29도의 기온에 바람도 적당하고, 날씨 예보에도 비 소식 하나 없었..
솔직히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강원 속초시 설악산 울산바위에서 암벽 등반 중이던 50대 4명이 로프를 잃고 절벽에 고립됐고, 그 중 한 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저도 암벽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린 적이 있어서, 이 사고가 얼마나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준비가 생사를 가릅니다. 사고 배경 , 로프 하나가 생사를 갈랐다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추락 충격으로 로프(rope), 즉 암벽 등반 시 추락을 막는 확보용 밧줄이 아래로 떨어진 것입니다. 여기서 로프란 단순한 줄이 아니라, 등반자가 추락했을 때 충격을 흡수하고 이동 경로를 확보하는 생명선을 의미합니다. 이 로프를 잃는 순간 세 명은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됐습..
저도 처음엔 "허가만 받으면 되는 거 아냐?"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6년 전, 팀원 5명과 함께 설악산 비법정 탐방로 등반 허가를 받고 직접 들어갔다가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너덜길에서 발이 미끄러지던 순간, 함께한 일행 중 한 명이 탈수로 쓰러지던 순간, 그때서야 이 길이 왜 막혀 있는지 온몸으로 이해했습니다. 출입금지 구역, 실제로 들어가 보니 달랐습니다일반적으로 출입금지 구역이라고 하면 행정적으로 막아놓은 곳이라는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설악산 비법정 탐방로는 행정 규제 이전에, 지형 자체가 일반 등산객을 거부하는 구간입니다.제가 직접 밟아본 코스는 '4인의 우정길'과 '별을 따는 소녀' 암벽 루트였습니다. 출발 전에는 "등반 허가도 받았고, 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