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가야산 만물상 코스에서 너덜지대를 잘못 디뎌 발목을 접질린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그날 이후로 너덜길은 무조건 천천히 갑니다. 빨리 가서 좋을 게 없는 구간입니다.

너덜길은 크고 작은 돌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길을 말합니다. 100대 명산 중에 너덜길 한두 구간 없는 산이 거의 없는데, 그중에서도 설악산 돌잔치길은 이름부터 직관적입니다. 길 자체가 돌밭처럼 이루어져 있고 이런 구간을 몇 시간씩 걸어야 합니다. 체력 소모가 일반 등산로와 차원이 다르고, 발목과 무릎에 누적되는 피로도가 상당합니다. 처음 가시는 분들은 그 길이와 강도에 적잖이 당황하게 됩니다.
너덜길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상이 발목 염좌입니다. 빠르게 통과하려다 더 심한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 원칙은 작은 돌은 밟지 않는 겁니다. 작은 돌은 체중이 실리는 순간 흔들립니다. 흔들리는 순간 발목이 꺾입니다. 큰 돌을 골라 디디되, 발을 올리기 전에 눈으로 먼저 확인하고 체중을 천천히 옮기는 습관을 들이세요. 서두르면 반드시 실수가 납니다.
등산화 선택도 너덜길에서는 특히 중요합니다. 밑창이 두껍고 접지력이 좋은 제품이어야 합니다. 비브람창이 대표적인데, 돌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확실히 다릅니다. 일반 운동화나 밑창이 얇은 경등산화로 너덜길을 걸으면 발바닥 피로가 배로 쌓이고 부상 위험도 높아집니다. 너덜길이 많은 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등산화 선택부터 신경 쓰세요.
만약, 너덜길에서 발목을 접질렸다면 당황하지 말고 즉시 멈추는 게 먼저입니다. 중등산화를 신고 있다면 발목 움직임이 최소화되도록 신발 레이스를 더 단단히 조여 묶으세요. 일반 등산화라면 스카프나 여분의 끈을 활용해 삼각건 발목 매듭으로 응급처치를 합니다. 발목을 고정한 뒤 스틱에 체중을 최대한 실어서 하산하는 게 기본 대처입니다. 통증이 심하거나 체중을 실을 수 없는 상태라면 혼자 무리하지 말고 119에 연락하는 게 맞습니다.
너덜길은 실력이 아니라 집중력 싸움입니다. 아무리 등산 경험이 많아도 방심하는 순간 발목이 꺾입니다. 천천히, 한 발씩, 눈으로 확인하면서. 이게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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