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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명산

오대산 노인봉 등산 후기 (진고개 코스, 가을 단풍)

by kgiveroot 2026. 1. 26.

2023년 10월 말, 단풍이 절정이라는 말에 오대산 노인봉을 찾았습니다. 왕복 3시간짜리 코스라길래 가볍게 생각했는데, 초반 30분에 완전히 당했습니다. 진고개에서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오르막이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탐방로 안내 지도에는 경사도 17.3%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 올라보면 그게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 될 정도입니다.

오대산안내표
오대산안내표


진고개 주차장에서 출발

해발 960m인 진고개정상까지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산길 드라이브부터 이미 볼거리입니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10월 말인데도 뽀글이 점퍼를 입어야 할 만큼 쌀쌀했고, 작은 휴게소가 하나 있었습니다. 산행 중에는 보급이 안 되니 여기서 미리 챙겨야 합니다. 저는 김밥 두 줄에 만두 10개, 단백질바까지 챙겼는데 처음엔 너무 많이 가져왔나 싶었어요. 결론은 딱 적당했습니다.

탐방로 입구를 지나면 처음엔 산책로처럼 평탄한 길이 이어집니다. 잠깐이지만요.


초반 30분, 진짜 시작

평탄한 길이 끝나고 나서부터가 본게임입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계단과 경사가 나오는데, 체감상 45도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입고 온 뽀글이 점퍼와 외투를 다 벗어야 할 만큼 땀이 쏟아졌고, 숨이 차서 중간중간 단백질바로 버텼습니다. "단백질바는 필요 없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완전히 틀렸습니다.

이 30분 구간이 솔직히 이 코스에서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여기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여기만 넘기면 진짜 달라집니다.


1/3 지점부터는 힐링

가파른 구간을 넘어서면 경사가 눈에 띄게 완만해집니다. 소원을 비는 돌탑들이 있는 구간을 지나면서부터는 여유가 생기고, 10월 말 가을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낙엽이 다 진 나무들 사이에 홀로 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구간마다 몇 km 남았는지 알려주는 푯말이 있어서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었습니다.


정상 노인봉 (해발 1,338m)

정상에 도착하니 구름 안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시야가 흐릿하긴 했지만 그 자체로 묘한 분위기가 있었고, 화강암 봉우리가 백발노인처럼 보인다는 노인봉 비석도 만났습니다. 하산길에는 다람쥐도 마주쳤고, 금빛 단풍과 낙엽 사이를 걷는 게 올라올 때의 고생을 다 잊게 해줬습니다.


주의할 점

오전 12시 30분에 입산할 때는 날씨가 맑았는데, 하산할 때는 안개가 자욱하게 꼈습니다. 정상 부근에서는 시야가 제한되어서 "우리 같은 길만 맴돌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강원도 산은 날씨 변화가 정말 빠릅니다.

챙겨야 할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겹쳐 입을 수 있는 옷 (오르막에서 땀이 많이 납니다)
  • 충분한 식량과 물 (산행 중 보급 불가)
  • 휴대폰 완충 + 보조배터리
  • 등산 지도 사전 숙지

총 왕복 3시간, 거리 4.3km의 코스입니다. 초반 30분만 버티면 누구든 정상까지 갈 수 있습니다. 가을 단풍 시즌에 강원도 산을 찾는다면 오대산 노인봉은 충분히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