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말, 단풍이 절정이라는 말에 오대산 노인봉을 찾았습니다. 왕복 3시간짜리 코스라길래 가볍게 생각했는데, 초반 30분에 완전히 당했습니다. 진고개에서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오르막이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탐방로 안내 지도에는 경사도 17.3%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 올라보면 그게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 될 정도입니다.

진고개 주차장에서 출발
해발 960m인 진고개정상까지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산길 드라이브부터 이미 볼거리입니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10월 말인데도 뽀글이 점퍼를 입어야 할 만큼 쌀쌀했고, 작은 휴게소가 하나 있었습니다. 산행 중에는 보급이 안 되니 여기서 미리 챙겨야 합니다. 저는 김밥 두 줄에 만두 10개, 단백질바까지 챙겼는데 처음엔 너무 많이 가져왔나 싶었어요. 결론은 딱 적당했습니다.
탐방로 입구를 지나면 처음엔 산책로처럼 평탄한 길이 이어집니다. 잠깐이지만요.
초반 30분, 진짜 시작
평탄한 길이 끝나고 나서부터가 본게임입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계단과 경사가 나오는데, 체감상 45도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입고 온 뽀글이 점퍼와 외투를 다 벗어야 할 만큼 땀이 쏟아졌고, 숨이 차서 중간중간 단백질바로 버텼습니다. "단백질바는 필요 없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완전히 틀렸습니다.
이 30분 구간이 솔직히 이 코스에서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여기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여기만 넘기면 진짜 달라집니다.
1/3 지점부터는 힐링
가파른 구간을 넘어서면 경사가 눈에 띄게 완만해집니다. 소원을 비는 돌탑들이 있는 구간을 지나면서부터는 여유가 생기고, 10월 말 가을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낙엽이 다 진 나무들 사이에 홀로 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구간마다 몇 km 남았는지 알려주는 푯말이 있어서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었습니다.
정상 노인봉 (해발 1,338m)
정상에 도착하니 구름 안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시야가 흐릿하긴 했지만 그 자체로 묘한 분위기가 있었고, 화강암 봉우리가 백발노인처럼 보인다는 노인봉 비석도 만났습니다. 하산길에는 다람쥐도 마주쳤고, 금빛 단풍과 낙엽 사이를 걷는 게 올라올 때의 고생을 다 잊게 해줬습니다.
주의할 점
오전 12시 30분에 입산할 때는 날씨가 맑았는데, 하산할 때는 안개가 자욱하게 꼈습니다. 정상 부근에서는 시야가 제한되어서 "우리 같은 길만 맴돌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강원도 산은 날씨 변화가 정말 빠릅니다.
챙겨야 할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겹쳐 입을 수 있는 옷 (오르막에서 땀이 많이 납니다)
- 충분한 식량과 물 (산행 중 보급 불가)
- 휴대폰 완충 + 보조배터리
- 등산 지도 사전 숙지
총 왕복 3시간, 거리 4.3km의 코스입니다. 초반 30분만 버티면 누구든 정상까지 갈 수 있습니다. 가을 단풍 시즌에 강원도 산을 찾는다면 오대산 노인봉은 충분히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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